생각기록장/일상

오늘자 착한 일 a.k.a 헌혈은 사랑입니다(혈장혈소판)

hwangdae 2017. 3. 2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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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사랑입니다.


2015년 경남대학교에 강의전담교수로 다닐 때 어쩌다 보니 헌혈을 자주 하게 됐다. 헌혈을 처음 했을 때는 아마 헌혈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마자 한번 해 보고 싶어서 했었던 것 같은데 뭐 어쨌든 처음 한 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수 많은 사람들 중에 전임교수님들이야 본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어지간하면 시간표를 짜신다. 하지만 나처럼 비전임들은 당연하게도 전임교수님들이 시간표를 짜고 남은 시간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내가 경남대학교에 수업을 나갈 때는 비전임 중 제일 막내였으니 뭐 시간을 고를 수 있는 기회 따위는 없었으리라. 시스템이 어찌 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학과사무실에서 하라는 대로 그냥 하였다.

그러다 보니 시간표가 사실 엉망이었다. 다들 기피하는 월요일 오전수업, 금요일 수업, 점심시간(12시~13시) 수업, 공강이 많은 날 등등. 몇시간씩 비다 보니 차 안에서 시간을 매번 그리 때울 수는 없고 자연스럽게 학교 앞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자주 보게 되었고, 정말 보고 보고 더 이상 볼 영화가 없어서 고민 하다 보니 학교 앞에 있는 헌혈의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저 당시 롯데시네마 VIP가 되었으니 얼마나 영화를 봤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내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혈은 수술용 혈액으로 많이 사용 되고, 혈장헌혈은 약[각주:1]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직접적으로 되는 전혈을 주로 하자는 주의였는데 전혈의 최대 단점은 헌혈 주기가 2개월[각주:2]이라는 것이다.


그때 내 마음속에 기준으로는,


1. 전혈: 수술용, 사나이의 헌혈

2. 혈장: 제약용, 2주에 한번 가능

3. 혈소판: 제일 적게 뽑으니 부담 적음, 여자용


이 정도였다. 정확한 혈액제제별 차이는 [여기]를 클릭해서 적십자 홈페이지에서 확인 하세요.

그러던 어느 날 간호사님이 하시는 말씀,

혈장혈소판이라는 헌혈이 있는데 한번 해 보실래요?


혈장과 혈소판을 원심분리기로 분리 해서 뽑아가고 나머지는 다시 몸 속으로 넣어 주는 성분헌혈의 일종이라고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헌혈도 아니고, 헌혈 전 채혈을 하고 검사를 해서 혈색소와 또 뭐 있었는데.. 하여튼 두개의 수치가 잘 나와야 하기 때문에 헌혈하기 전 기름진 음식 먹고 오면 안되고 잠 잘자고 와야 하고 이런저런 조건이 있었다. 이 또한 성분헌혈의 일종이기 때문에 헌혈주기도 2주로 짧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위의 내 기준에서 보듯이 '사나이는 전혈이지!'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혈장과 혈소판은 어찌 쓰이는지 질문을 하였는데, 그 때 간호사님의 대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혈장 설명 생략)

혈소판은 혈소판 수치가 감소하는 것이 특징인 혈액암(일반적으로 말하는 백혈병) 환자들이 하루에 한 단위씩 정기적으로 맞아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헌혈하는 사람이 혈소판 헌혈을 해 준다면 많은 혈액암 환자들이 양질의(어감이 이상하지만) 혈소판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한명에게서 나온 혈소판을 맞는 것이 아무래도 환자에게 좀 더 좋으며..


몰랐던 사실이었다. 어릴적 동네 친구의 친형이 비슷한 병에 걸려서 친구가 골수이식도 해 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혈장혈소판헌혈을 이제 꾸준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상 전혈이 부족할 때는 사실상 국가적으로 뉴스 등에서 홍보도 하고 문자도 온다. 그래서 필요하면 그때는 전혈을 하는걸로 하고 그 이후로 성분헌혈을 꾸준히 하기로 하였다.



요즘은 문진을 하고 나면 저렇게 놀이공원 팔찌 같은 것을 감아준다. 헌혈은 헌혈자의 이력이 중요하고 누구에게 나온 혈액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관리의 목적인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예전에는 그저 침대에 누으면 간호사님들이 오셔서 이름과 혈액형을 물어 봤었는데 지금은 바코드 기계를 가지고 찍어 가면서 이름과 혈액형을 물어본다. 훨씬 더 안전하게 혈액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팔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관리되는 바코드가 프린팅 되어 있고 이름과 성별, 혈액형, 헌혈 종류, 헌혈 날짜가 기록 되어 있다.

문진 마치자 마자 잠깐 차고 있다가 침대에서 신원확인 되는 순간 뜯어버린다는 것이 함정..



헌혈을 진행하는 중이다. 헌혈을 같은 헌혈의 집에서 자주 하다 보면 나중에는 주사 놓으시는 간호사분들에게 호불호가 생기게 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경력이 오래 되신 분들과 경력이 얼마 되지 않으신 분들의 주사 놓는 스킬의 차이를 몸으로 느낀다고 해야 하나..? 아프게 놓으시는 간호사분이 있으신 반면 정말 들어온지도 모르게 놓으시는 간호사분들도 있다. 사실상 주사를 잘 놓으시는 경력이 많은 간호사분들은 필드가 아닌 문진을 주로 담당하는 것 같고(만고 내 생각이다) 어릴수록 필드에 있는 것 같다. 필드가 바빠서 문진 하시는 분들이 지원할 때는 제발 저 분이 바늘 꽂아주시길 바라는 경우도 사실 종종 있다.

어쨌든 족히 구멍 직경이 1.5mm는 되어 보이는 바늘이 생 살을 뚫고 들어오는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잠깐 0.5초 정도만 찡그리면 한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뜻깊은 일인가 싶다. 어차피 혈액은 다시 생겨나니까. 어찌 보면 오래된 혈액을 뽑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그 빈자리는 새 혈액으로 채운다고 생각 하면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늘을 꽂고 나면 각종 검사를 위한 샘플을 채취하기 위하여 시험관(용어를 정확하게 모르겠다) 3개 정도 분량의 혈액을 샘플백에 먼저 담고, 그 이후로 본격적인 채혈이 시작된다.



전혈은 주기적으로 흔들어 주는 요람 같은 기계 위에 헌혈팩이 놓이게 되지만 성분헌혈은 분리를 하고 몸 속으로 다시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원심분리기가(정확한 원심분리기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하여 설명 참조_링크자료에 나무위키는 어쩐지 좀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재미있잖아!?) 장착 된 기계를 한번 거치게 된다. 나도 공돌이가 아닌 문과생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혼합물을 분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더운 여름 미숫가루를 먹다가 잠시 놔 두면 보통 '물에 녹았다'라고 표현하는 미숫가루가 컵 바닥에 쌓이고 위에는 맑은 물이 뜨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을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혈액도 역시 대부분이 수분이지만 혈장, 혈소판 등이 섞여 있는 혼합물이기 때문에 중력을 이용하면 분리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성분헌혈의 원리인 것이다. 하지만 세월아 내월아 중력이 작용할 때 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원심분리기. 원심력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중력을 만들어 주고 그 힘을 통해서 분리된 혈장과 혈소판을 각각 따로 채집, 나머지는 다시 몸 속으로 리턴하는 원리이다. 맞나? 틀리다면 전문가들의 댓글 바랍니다.


이 사진의 기계가 혈장혈소판 헌혈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계. 우측 위에 노란 팩이 나의 혈액에서 분리 된 혈장들이고, 혈소판은 기계 속에 길다란 팩에 모여 있다. 헌혈을 마치면 볼 수 있는데 혈장은 '세포'이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어서 혈장을 이용해서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혈소판을 채집하는 팩 안에는 어느정도의 혈장도 같이 들어있다고 한다.

어쨌든 혈장혈소판을 할 수 있는 기계는 두개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지금 사진에 있는 이 기계와 다른 또 하나. 사실 나는 다른 기계를 좋아한다. 이유는 이 기계 가운데 보이는 전혈을 모으는 통이 이 기계는 너무 작다. 그러다 보니 조금 채혈하고 원심분리 한 다음에 다시 리턴하고 하는 텀이 너무 짧아서 신경이 좀 쓰인다. 다른 기계는 크고 아름다워서 힘차게 주먹운동 하다가 리턴 받고 하는 텀이 길어서 편하다. 글로 쓰니까 표현이 잘 안되는데 경험 해 보면 안다.


헌혈을 하고 나면 각종 기념품을 선택할 수 있다. 여행용 화장품 셋트, 버거킹 같은 햄버거 교환권, 영화관람권 등등이 있는데 헌혈을 하면서 이리저리 하나씩 받아 보다가 내린 결론. 딱히 탐나는 기념품이 없다. 그래서 항상 선택하는 기념품은 바로 기부권[각주:3]. 기부권 한장에 2천원인가? 5천원인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 자동적으로 적십자 홈페이지에 등록이 되는데 헌혈로 착한 일 하고 기부권으로 또 착한 일 하는 더블 착한일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인 것 같다. 이 역시 기부이기 때문에 연말에 공제서류 제출할 때 첨부해서 낼 수도 있다. 혈장혈소판은 어쨌든 두가지를 채혈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혈/혈장/혈소판 같은 단독 헌혈할 때 받는 기부권 금액의 두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말 일정을 다 마치고 집에 와서 찍은 사진. 내가 주로 하는 혈장혈소판 헌혈은 이 포스팅 초입에 언급 하였듯이 '특정 수치'의 기준이 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문진할 때 약간의 채혈을 하고 검사를 한다. 따라서 한쪽은 채혈할 때 뚫린 팔, 한쪽은 헌혈 중에 뚫린 팔이 되겠다. 전에는 그냥 편한대로 채혈을 하고 반대팔로 헌혈을 했었는데 한 간호사님이 나같은 경우 왼쪽[각주:4] 팔의 혈관이 좀 얇고 팔 바깥쪽에 있어서 두꺼운 오른쪽 팔의 혈관으로 헌혈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혈관이 얇다 보면 한번씩 헌혈을 하다가 혈관이 수축하면 아플수도 있고 채혈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로 검사는 항상 왼팔, 헌혈은 오른팔로 하고 있다.


집에 와서 저 반창고 두개 뜯을때의 쾌감이란.. 사실 굵은 바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멍들까봐 가려워도 억지로 긁지 않는다. 헌혈의집에서 권장하는 4시간이 훨씬 지나고도 붙이고 있는데 집에 와서 반창고를 뜯어내고 바늘 구멍 주위를 살살 긁어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변태 아니다.



어쨌든 오늘로 44번째 헌혈. 2주에 한번씩 할 수 있으니 50번을 채우려면 6번 남았고, 꾸준히 한다는 가정 하에 12주 뒤면 50번 달성! 퐈이야!!


헌혈은 사랑입니다

  1. 알부민 제제라고 하는데 사실상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 쓰이는 약인지는 모르겠으니, 알아서 검색! [본문으로]
  2. 성분헌혈은 헌혈주기가 2주일로 전혈에 비해 짧다. [본문으로]
  3. 2015년 까지는 기부를 할 수 있는 단체가 세군대 정도 있고 나중에 적십자 홈페이지에 로그인 해서 본인이 선택하는 방법 이었는데, 2016년 부터는 바뀌었다. 그냥 얇은 플라스틱 카드 같은것을 한장 주고 기부는 적십자에서 알아서 하는걸로. [본문으로]
  4. 한번 뚫은 곳을 또 다시 뚫을 수 없으니 나의 왼팔을 보면 주사바늘 자국이 점점 더 위로 올라가는 흔적을 보인다. 이거 무슨 약쟁이도 아니고.. ㅋ 판사님!! 저는 약하지 않습니다! 약한남자가 아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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