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돈을 썼다. 차를 샀다. 질렀다.
물론 비용이 적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은 엄청 오래 했다. 04년식 SM3를 타고 있었는데 17만이 넘고, 엔진오일 교체를 위해 정비소를 들어갈 때 마다 견적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작년(2019년) 연말에는 하부에 문제가 있어 수리에 거의 70만원 돈을 사용했다. 뭔가 계속 타자니 짜증이 살짝 나기 시작 하는 그런 상황이다. 물론 차가 안좋다는 것은 결코 아닌데 지겨워졌다고나 할까..
별 일 없이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을 하다 쉐보레에서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차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을 봤는데 카마로랑 똑같이 생겼잖아!! 내가 현기차를 타면 죽는 병에 걸린데다 나름 환경에 관심이 많아 예전부터 '다음 내가 사는 차는 경차 아니면 전기차!' 노래를 부르고 다녔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는 옵션은 쉐보레 스파크 아니면 볼트EV였는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차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선카플레이. 몇천만원 소비하는데 무선카플레이가 1순위라니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내가 보는 차 기준이 그렇다. 성능이야 동급차량이면 사실상 상향평준화 됐다고 생각 하고 있고, 내가 레이서가 아닌 이상 최대 토크가 어떻고, 마력이 어떻고, 성능이 제일 잘 나오는 RPM구간 유지하면서 달릴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120km정도만 무리 없이 나온다고 하면 사실 내 기준에 차는 비슷하다고 본다. 즉, 같은 등급의 비슷한 트림이면 디자인과 편의사항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말.
앱등이에다 기계, 소위 말하는 '테크'를 좋아하는 내 성격상 무선카플레이가 된다는 옵션은 나를 한방에 훅 하고 끌어당길 정도의 강한 매력이다. 그리고 노이즈캔슬링도 있다고 하니 더더욱 좋다. 워낙 오래된 차를 운행하다 보니 사실 운행할 때 들리는 소음이 운전을 피곤하게 만드는데 노이즈캔슬링도 정말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요즘 나오는 차에는 다 장착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저공해차량 인증을 받았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내가 사는 창원시에서는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없다시피 하지만.
볼트는 2020년에 신형볼트가 나온다고 해서 끝물에 올라타기는 싫었다.
그래서 쉐보레 홈페이지를 수십번 들어가면서 마음을 거의 먹고 있었는데 르노삼성에서 XM3라는 차가 나온다는 뉴스를 봤다. 그래서 차 모양을 봤는데 이쁘다. 엔진도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1.3 터보이지만 4기통(트레일블레이저는 3기통)이다. 심지어 다임러와 공동개발이고 미션도 습식이다. 디테일한 능력치나 정보까지는 일반적인 사람인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쉐보레와 르노삼성 매장에 전시차를 보러 갔는데 이 행동이 마음을 돌리게 되는 한 수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평소에 쉐보레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다.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현대/기아는 애초에 눈 밖이고, 지금 현재 르노삼성 자동차를 타고 있고 만족은 하고 있지만 어쩐지 초창기 모델이 닛산 베이스이고..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까지 연관이 있어서 뭔가 좀 찝찝하다. 어쨌든 그래서 어지간하면 쉐보레를 구입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장에 가서 차를 봤다. 볼트는 전시차 있는 곳이 드물어 어쩌다 보니 쉐보레 매장을 두군데 가게 되었다.
차를 보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일단 매장의 직원이 차에 대해서 잘 모른다. 물론 (트레일블레이저에 한하여)나온지 얼마 안되는 차이고 내가 관심이 많아 공부를 많이 하고 가서 예리한 질문들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잘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알아보겠다 하던지 아는 사람한테 물어서 답을 해 준다던지 하는 반응을 기대 하고 있는데 그냥 어물어물 넘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두군데 다 항상 차를 다 보고 나올 때 마지막에 하는 말이 '차 살꺼라면 나한테 해 달라'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두 번 그러고 나니 마음 속으로 든 생각이 '쉐보레가 장사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구나.'였다.
반면에 르노삼성 매장을 들렀을 때 담당 해 주셨던(지금 계약까지 같이 해 주신) 직원분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신차라서 본인도 정확하게 모르겠으니 알아보고 다시 연락 준다는 등의 말을 하셨고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XM3와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묻어났다. 꾸준히 연락 주시면서 차의 장점을 설명 해 주셨고, 나도 몇번이나 봤던 영상이지만 많은 자동차 리뷰어들이 만든 영상의 링크를 보내 주시는 등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리고 마음이 바뀌면 사전예약금 10만원 걸어 놓은거 환불 해 드려야 하니 언제든지 연락 하시라는 말도 항상 하셔서 좋았다.
이미 오래동안 고민을 했지만 정말 온갖 번뇌에 둘러쌓였던 일주일 정도였다. 수없이 고민을 하고, 그래도 처음 마음에 들었던 차로 선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 지금 그래도 잘 굴러가는 차가 있는데 이것저것 다 합쳐서 3천만원 가까이 되는 지출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일을 계속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마이너스가 될 통장 잔고는 어찌 처리 할 수 있는가 등등.. 고3 수능 치고 어느 학교를 가야하나 고민할 때도 이 정도의 고민은 안했지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결국 구입하기로 결정을 했다. 구입 결정을 내린 이유 및 계약 진행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정리 해 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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