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내가 책을 읽었다. 맙소사..
애초에 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자기개발서는 정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동안 재미있게 본 책이라곤 전공이 전공인지라 상경계열 이야기를 하는 책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장하준 교수님이 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정말 인상깊게 봤다. 좀 오래 된 책이기는 하지만 추천을 하는데 모두에게 추천하는 것은 아니고, 어쨌든 이 포스팅은 장하준 교수님의 책에 대한 포스팅이 아니니 모두에게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접은 글에 적어 놓을테니 관심 있는 사람은 클릭을 한번 더 하는 수고를 해서 보면 되겠다.
현재 대학에서 상경계열 수업을 들을 때 배우는 것을 주류경제학이라고 한다면 장하준교수의 포지션은 비주류경제학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개념이 일반적인 단어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별도로 알아보면 되겠다. 어쨌든,
내가 학부과정, 석사과정, 박사수료까지 오면서 익숙했던 주류경제학의 관점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정말 고마운 책이다. 하지만 현재 주류경제학에 대한 개념이 있지 않은 사람이 장하준 교수님의 책을 읽게 된다면 생각이 한 쪽으로 굳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주류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생각은 주류경제학 쪽으로 굳어졌으리라.
장하준 교수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교수님의 필력이 상당하고 재미있는 내용과 현실에서 보이는 사례들로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에 경제학 관련 책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이 책을 보겠다면 일단 말릴 것 같고, 전공자가 이 책을 본다면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 한다.
내가 주류경제학만 주구장창 배워서 그렇게 생각이 굳어져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주류경제학을 먼저 접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꼴인 것 같아 좀 웃기네 ㅋ
일단, 이 책 역시 모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이제 하나씩 적어 보도록 하자. 하완(아마도 필명이려나)이라는 작가가 작성 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라는 책. 작년(2019년) 서울에 넬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려고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읽었다. 학교 도서관에 로그인을 하면 이런저런 전자책들을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 있다. iPad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지만 지금 지인에게 빌려 준 상황이라 전화기에 넣고 읽었는데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다 읽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고, 요즘 일이 너무너무 하기 싫고 나약한 말 같아 조금은 쑥스럽지면 지친 상황이다. 바닥에 깔린 연료를 가지고 어떻게든 아껴서 조금씩 움직이는 그런 느낌이랄까나.. 솔직히 그렇다고 열심히 살고 있지는 않다. 그냥 '하기싫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런 생각만 가득하다 보니 점점 더 하기싫어진다.
2009년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조그맣게 행정보조 일을 시작 한 이후로 지금까지 끊기는 기간 없이 계속 일 했다. 오늘 기준으로 치면 한 10년 10개월 정도? 40년 근속 하는 사람도 있는데 10년 10개월 가지고 무슨 힘든 티를 내는가?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조금 질렸다고나 할까? 일을 오래 힘든 곳에서 한 사람이 징징거리지 않는다고 내가 힘들지 않은건 아니니까.. 하여튼,
이 책을 읽다보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가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편안함(?)이나 행복을 위해서 지금의 편안함과 행복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는 회사를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가 먼 미래에 올, 또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어떤 행복이나 부유함을 위해서 오늘날 현재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이 현재에 어떤 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즉, 미래에 어떤 행복이나 지금 '열심히'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지 않은데 지금의 내가 너무 열심히 지내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후려쳐서 이야기 하면,
포기하면 편해
정도가 되려나..?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작가는 퇴사를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산다. 그냥 그렇게만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본인이 쓰는데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는 만큼 적절히 벌어서 적절히 살고, 낮에는 카페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맥주를 한잔 하는 그런 삶이 정말 좋아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림'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책 내용을 보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대학교육을 위해서 작가가 얼마나 '열심히(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하기는 하지만)'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오르면서 이제는 제법 인세 수익도 있을 것이다. 물론 책 속에 있는 글 들은 책이 발간되어 유명해 지기 전에 쓴 글들이기 때문에 마음을 졸이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몇번씩 내용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본인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작가처럼 당장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매달 붓던 적금, 저축, 보험, 카드값 등등.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오는 현실에 열심히 살기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살 뻔 한 작가는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이 책을 무턱대고 추천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작가님 처럼 본인이 무기로 쓸 수 있는 기술 등이 있다면 좀 덜 열심히 살아도 될 것 같지만 나처럼 할 줄 아는게 딱히 없는 회사원 나부랭이는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나? 읽으면서 나랑 조금은 맞지 않다고 계속 생각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거다.
하지만 위에서 살짝 언급했던,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의미는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기 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것. 열심히 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열심 보다는 현재를 위한 열심.
나 역시 2020년 7월 초 정도가 되면 아마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둘 것 같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후의 계획은 아직 모르겠다. 난 열심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걱정만 한다. 그 날이 다가오면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