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마지막 출근
마지막 출근을 하고, 마지막 퇴근을 했다. 일을 2009년 3월 부터 시작을 했으니 그 이후로 지금까지 11년 6개월 정도 되는 시간이 흘렀다. 2015년 한 해 동안은 운이 좋게도 경남대학교에서 전공과 교양수업을 맡은 적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모교인 창원대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했다.
일을 하면서 언제나 즐겁고 기쁘게 업무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참 즐거웠다. 100개의 기억이 있다면 최소한 즐거운 기억이 98개는 되는 것 같다. 일도 재미있었고 딱히 뭐 잘 하는 것도 없는 내가 나름 교육행정, 교수학습이라는 영역으로는 제법 자신감도 붙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강의'라는 것도 두 학기 동안 해봤다. 모교에서 강의를 해 보지 못한 것이 참 아쉽기는 하지만..
직장이 바뀌고, 부서가 바뀌고, 담당업무도 몇번 변경이 되기는 했지만 '취업준비'라는 것을 특별히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그만 두어야 할 때가 되면 정말 기가 막히게도 다른 곳에 일을 할 곳이 생겼다. 어찌 보면 말 그대로 운이 좋게 시작 한 일이 어찌 어찌 날이 지나 단 하루도 경력에 공백이 없이 1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은 이직을 할 곳이 정해져 있지 않다. 미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이상 학교에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드는 와중에 몇 가지의 이유로 그만 다녀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자세하게 이런저런 이유를 말 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이미 1년 전에 그만 둘 마음을 가졌었다. 그 당시 그만 두겠다는 표현을 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1년이 지난 것이다. 계속해서 일을 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기간제'라는 타이틀이 있는 일은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어쨌든
내가 이 짤을 사용 할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퇴사를 한 첫 날.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일찍 일어나게 되었지만 몇 시간을 밍기적거리면서 점심때 다 되어 일어났다. 밥을 챙겨먹고 나니 할게 없다. 맥북을 켜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중간에 너무 잠이 와서 침대에 다시 누웠다가, 살짝 선잠이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글을 이어쓰고 있다.
이직을 하고자 한다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과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시작이 다르다고 한다. 커리어에 빈 칸이 있으면 안된다는 말도 있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어쨌든 내가 저지른 일. 커리어도 중요하고,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상태인 것 같다. 막연히 징징거리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더는 버티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퇴사를 준비하는 몇 주의 시간 동안 더더욱이 이런 나의 결정이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일도 종종 있었다.
뭐 어쨌든, 이제 백수가 되었다. 보름 정도는 그냥 쉬어 보고자 한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지인들도 만나고 여행을 조금 다닐까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실업급여는 어찌 신청 해야 하나.. 하나씩 뭔가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