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막눈

#연극 #LoveActually #관크 #ㅅㅂㄹㅁ

hwangdae 2018. 12. 2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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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이 있어서 오후 반가를 쓰고 일찍 퇴근 했다.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기도 시간이 어중간해서 친한 동생 불러서 밥 먹고 정말 오랜만에 연극을 관람 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내 생에 최악의 공연이었다. 극장, 배우, 스텝의 잘못은 100 중에 한 3~4정도니 오해는 하지 말자. 공연 자체는 너무 좋았다. 최악의 공연이었던 이유는 포스트 제일 아래에..



창원축제소극장(만수아트홀)에서 공연을 제법 보면서 많은 티켓을 봤지만 이번 티켓이 진짜 제일 이쁘게 잘 빠진 것 같다. 저 리본은 진짜 리본인 줄 착각 할 정도로 잘 나왔다. 흰 바탕에 몇 색 안써도 배치를 잘 해서 티켓 디자인에 고민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단언코 이야기할 수 있는데 연극을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로멘틱 코메디를 선택하면 무조건 평타 이상은 친다.



출연진 소개. 연극[각주:1]은 공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멀티역할을 하는 배우가 무조건 한명은 있는 것 같다. 멀티 역할은 진짜 말 그대로 '개고생'. 연극을 보러 들어갈 때 까지는 몰랐는데 보다 보니 배우들 얼굴이 낯이 익다. 신아랑 배우님은 긴가민가 싶기는 한데 김재호 배우님과 백승환 배우님은 일전에 봤던 '셜록홈즈'에 출연하신 분들이 맞는 것 같다. 연극의 장르 및 분위기와 메이크업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다니.. 놀라울 따름.



연극의 정말 큰 장점은 작은 무대가 무엇으로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로케이션은 '비둘기[각주:2]'가 많은 마로니에 공원. 여기가 왜 마로니에 공원이냐고? 그냥 그렇다고 하면 그렇다고 생각 하자.



공연이 시작되고 아마도 예정보다 길어 진 배우들과 스텝들이 정말 개고생 한 연극이 끝이 났다. 연극 시작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작 하더니 커튼콜도 연극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는양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은 일부러 안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하더라. 하.. 정말 고생 많으셨다. 이 연극은 진심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 정말 재미있어서 한번 더 보고 싶은게 아니다. 정상적으로 봤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오늘은 아니다. 오늘 정말 1도 제대로 못봐서 한번 더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아래로는 오늘 공연이 내 공연 관람생활 이후로 최악이었던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을 최악으로 만든 사람이 이 블로그를 볼일은 절대 없을 것 같지만 혹시나 본다면 좆잡고 반성해라 개같은 새끼들아. 그리고 혹시나 극장 관계자분들이 보시게 된다면 절대로 극장을 탓 하는것이 아님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내가 낸데'를 시전하는 사람들. 이 두 가지의 특성은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발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성이 있는데 이 특성은 개인이 아닌 단체에게 적용이 된다. 단체가 되면 용감해지고 무식해지고 도덕관념이 바닥을 친다는 것.


우선 실제로 배우들이 앞에서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연극공연에서 지켜야 할 관람예절에 대해서 알아보자.


1. 휴대전화 사용 금지

이번 공연은 공연 중 관객이 문자를 보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예외라고 볼 수는 있지만 딱 그 '부분'을 제외 하고는 전화기는 넣어두는게 맞다. 본인은 아무리 최대로 백라이트를 어둡게 설정하고 고개를 숙이고 빛을 가려가며 전화를 본다고 생각 하지만 같은 공간 안에 앉아있는 다른 관객들에게는 아주 그냥 일출을 보는 듯 한 눈뽕을 제공한다.

2. 자리 이동 금지

영상 필름/파일을 돌리면 되는 영화와는 다르게 연극은 실제 배우들이 앞에서 호흡하고 연기한다. 대사도 많고 집중해서 감정을 잡고 연기를 하는 도중에 관객들이 움직이면 거기에 집중이 흐트러져 100%의 연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자리 이동을 하면[각주:3] 옆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야를 가리게 된다. 움직이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급히 전화를 받거나 화장실을 가려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나가면 원래 못들어 온다. 땡깡 피우지 말고 급해서 나갔다가 급한 일 해결하고 나면 조용히 집에 가라.

3. 음식물 반입, 섭취 금지

음식물 반입으로 인한 냄새, 섭취로 인한 소음 등은 고스란히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쾌함으로 다가 온다.

4. 촬영 금지

일단 저작권에 걸린다.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들에 집중에 방해가 된다. 사진 촬영이 가능 한 특정 부분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배우나 스텝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줄것이다. 눈 앞에서 4D보다 선명하고 생생한 움직이는 연극이 진행되고 있는데 5인치도 안되는 휴대폰 카메라로 보고 싶은가?

5. 낄낄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 공연 중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박수를 쳐야 하는 부분,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 부분, 웃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에 성심성의껏 리액션을 해 주면 된다. 진지하게 집중해서 공연하고 있는데 헛기침, 발 떨기, 웃음, 대화, 박수 등은 진짜 귓망맹이를 후려 갈기고 싶다.


다른 예절도 더 있겠지만 최소한 위 다섯개 정도는 지켜줘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이 공공예절보다 위에 있으면 '단관'이 아닌 '대관'을 하던지, 집에서 조용히 DVD나 봤으면 좋겠다.


오늘 공연을 보면서 겪은 관크[각주:4]는 내가 아마 오늘부터 죽을 때 까지 관크를 겪어도 오늘 겪은 관크보다 적을 것 같다. 한번 알아보자.


예매를 할 때 보니 앞 세줄이 비어 있다. 단관이 있나보다 싶었다. 티켓팅을 하고 입장을 하는데 배우님이 자리 안내를 해 주신다. 단관 온 사람들이 배우에게 반말을 한다. 지정 자리에 안내를 하니 자리를 멋대로 옮긴다. 이 때부터 뭔가 싸.. 했다. 같이 간 동생과 불편한 관람이 될 것을 예상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긍정회로를 돌렸다. 공연 시작 하면 조용 해 지겠지..


공연이 시작하기 전 소위 말하는 '바람잡이'역할을 하는 배우분이 단관 온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회식 대신으로 단관을 왔나보다 생각 했는데 며느리가 어쩌고 하는거 보니 가족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인원이 2~30명은 되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가족은 아닌 것 같고.. 정체를 모르겠다. 무슨 종친회 모임 정도 되나?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 되는데 A[각주:5]가 자꾸 애드립을 친다. 아니 애드립은 배우들이 쳐야지 왜 관객이 치냐고. 처음에 몇번은 그냥 연극의 돌발상황 중 일부이니 해프닝으로 생각 하고 넘어가려고 노력 했다. 하지만 A의 침투력은 공연 내내 빛을 발했다.


오늘 연극은 간단히 보면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이 끝날 때 즈음 A와 B[각주:6]가 이야기를 막 시작 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중간 통로를 뚜벅뚜벅 내려와서 밖으로 나간다.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이제 A와 B는 못들어올테니 조용하겠구나.


2막이 시작하고 소품으로 축구공이 사용 되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A와 B가 들어와서 무대로 뛰어 올라가더니 공을 뻥 하고 찬다. 진심 미친놈인 줄 알았다. 그러고 자리로 돌아간다. 이 부분은 솔직히 극장 측에서 100% 잘못했다. 밖에서 관리하는 인력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연극은 1분 늦어도 입장이 안되는데 재입장이 되었다니? 인터미션도 아니고 연기 중에? 이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 주말 15시 공연을 예매 하고 진짜 거의 딱 맞게 극장에 도착할 것 같아 극장에 양해를 구하고 다음 차 공연으로 티켓을 돌린적이 있는데.. 어쨌든 그러고 공연 중간중간에 계속 끼어들기를 시전한다.


3부에 관객 중 한명이 무대로 올라와서 배우들과 잠깐 같이 무대를 꾸미는 시간이 있다. 그 때 A를 무대로 불러 올렸다. 이 부분은 원래 그렇게 섭외가 되어 있던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배우들이 실수한 것 같다. 공연시간 내내 최종빌런 관크 일등대장이라는 것을 배우들도 알았을텐데 무대로 왜 올렸을까? 무대로 올리고 배우들의 지시에 잘 따라주면 몰라. 말은 1도 안듣고, 연기 하는 배우는 대사 애드립으로 진심이 툭툭 튀어 나오고, A는 '아까 처이[각주:7] 불러봐라'라고 한다. 미친놈인가. 도라이인가. 제정신인가. 신이랑 배우님이 등장해서 퇴장하는[각주:8] A를 부르니 뒤 돌아 두팔벌려 무대로 또 걸어간다. 배우님은 그걸 또 안아주더라.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겠지. 이걸 해 줘야 하나, 정상적인 관객배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를 해야 하나.. 진짜 그 1~2초 동안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래도 공연은 진행 되어야 된다라고 생각 하셨는지.. 하.. 이 부분에서는 정색 한번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에서 A가 무대를 지켰어야 하는데 갑자기 셀프 퇴장을 하는 바람에 대본에서 해야 하는 한 부분이 빠지게 된 것 같다. 배우들의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봤어야 하는 장면을 다른 사람 때문에 못 본거잖아.. 빡치네..


A와 B가 메인 빌런이지만 단관 온 사람들도 보조빌런 짓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더라. A와 B의 말도 안되는 예의없는 행동에 그게 또 좋다고 박수 치고 웃고 아주 그냥 지랄 난리가 났다. 느그만 재미있다. 누가 보면 대관한 줄 알겠다. 아니 인간적으로 사람새끼라면 대관을 하더라도 공연 중에 그러는거 아니다. 공연 중 대화, 통화, 발 구름[각주:9], 4명 정도의 퇴장과 재입장, 카톡 등등


연극을 좋아하지만 예전에 City7에 소극장이 없어지고 못보다가 석교리 이후로 창원에서도 소극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전에 관람 했었던 뉴보잉보잉을 뺀 나머지 공연은 다 봤고 만족도도 정말 좋았었다. 그런데 오늘 일로 예매할 때 뭉텅이로 단관인 것 같은 예매건이 보이면 무조건 걸러야 할 것 같다. 모든 단관러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 처럼 단체가 되면 용감해지고, 무식해지고, 도덕관념이 바닥을 친다. 즉, 단관이 있는 공연회차는 오늘과 같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다른 공연보다 서른마흔다섯배는 높을 것이다.


오늘 공연은 그 단관 한 사람들 빼고는 정말 좋았다. 극장측 관계자도 분명히 많이 힘들었고, 그 단관 때문에 화가 많이 났을 것이다. 극장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 관객에게 화가 난 것이기 때문에 진짜 혹시나 극장 관계자분들이 여기에 오신다면 절대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미 Instagram DM으로 연락을 한번 드렸지만 극장 계정의 Instagram에 사람새끼라면 지켜야 할 극장공연예절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포스팅 해 주면 좋겠다. 무식한 것은 죄가 아니다. 알고도 실천 안하는 것이 죄다.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다. 계속해서 가르치고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골백번 알려 줬는데도 안고쳐지면 그때 귓망뱅이랑 죽탱이를 옥수수가 다 털릴 정도로 날리면 된다. 단관으로 연극을 보러 올 정도면 그 단체에서 총무[각주:10]역할을 하는 사람이 충분히 사전교육을 했을텐데.. 그리고 분명히 공연장을 가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지.. 보통 단체로 모이면 1차, 2차, 3차 술을 처먹지 연극을 보러 가지는 않을텐데.. 연극을 보러 가는 모임이라면 술을 먹고 입장 하지는 않을텐데..


열심히 연극에 참여하고 많이 웃은 오늘 단관 온 사람들은 생에 최고의 연극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생에 최악의 연극이었는데. 씨바.

  1. 특히 소극장 공연 [본문으로]
  2. 작은 따옴표 안에 넣어 놓은 이유는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 [본문으로]
  3. 특히 소극장에서 [본문으로]
  4. 관객 크리 [본문으로]
  5. 오늘 최고 빌런이다 [본문으로]
  6. A와 친한 사람으로 보이는데 A가 최종빌런이라면 B가 중간빌런 정도 되겠다. [본문으로]
  7. 처녀의 사투리. 처녀를 특정한다기 보다는 여자를 지칭하는 약간은 포괄적인 뜻 [본문으로]
  8. 어디 가지 말고 꼭 앉아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문으로]
  9. 객석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쿵쿵 울린다. 공연 중에 깔리는 음악에 어찌나 박자를 잘 맞추는지.. [본문으로]
  10. 라고 쓰고 잡부라고 읽으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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