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옥마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곳이 딱 한군데 있다. 바로 전주의 한옥마을.
2018.09.04 - [생각기록장/여행] - #전주 #한옥마을 #한국집 #비빔밥
2018년에 후기를 썼던 것 처럼 유명세만큼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닌 전주의 한옥마을.
출장을 이유로 한달 정도 함양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인데 함양에도 한옥마을이 있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은 한옥마을이 아니고 '개평마을'이지만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선비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함양의 별명이 시작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즈막한 담벼락 뒤로 한옥들의 모습이 보인다. 봄이 왔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핀 꽃들도 볼 수 있다. 올해 창원(진해) 군항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이유로 취소 되었고, 한참 꽃이 필 시기에 창원에 있지도 않아 우리 동네의 벚꽃은 구경도 못했지만 이렇게 봄꽃을 보니 반갑다.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서 매우 쾌적했다. 전주만큼 유명하지 않아 관광객이 적은 이유이리라. 하지만 한옥마을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는 관광지에서 사람이 많고, 전혀 한옥스럽지 않은 물품들을 파는 전주보다는 나아 보인다.
특히 그렇게 많은 면수의 주차장은 아니지만 한가로운 주차장으로 인하여 만족감은 매우 높아졌다.
걷다 보면 생각보다 넓은 마을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잘 관리된 한옥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 이렇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이유는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분일 때문에 그럴 것이다. 관광객들이 매우 많이 오는 장소가 아닌데다 특별히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 여기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제법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덩치 큰 개 두마리가 짖는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 짧은 줄에 묶여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렇게 낯선 사람들을 보고 짖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 하는 '집 지키는 개'의 이미지가 보여 멋지게 보인다. 옛날 개와 요즘 개의 차이라고 하는 짤을 어디 인터넷에서 봤는데 갑자기 생각이 난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큰 개 두마리는 아마 옛날 개가 아닐까.. 늑대 죽이고 여우의 간을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옥들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다소 관리가 되지 않은 집들도 보인다. 벽이 손상된 것 같은데 진흙에 지푸라기가 섞여 있는 그런 구조를 보여준다. 기왓집이 아닌 초가집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뭔가 요즘에는 잘 보기 힘든 구조라 그런지 반가웠다.
**고택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많다. 오래된 주택이라는 말인데.. 이렇게 문화재처럼 지정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곳도 제법 있는 듯 하다. 아마 평소였으면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 있었을텐데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고택들이 가로막혀 있어 내부 구경은 하지 못해서 아쉽다.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에서 깨서 힐끗 보더니 손이 딱 닿지 않는 정도까지 올라가서 다시 잠을 잔다. 이 고양이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나..
확실히 날이 따뜻해지니 여기저기 꽃이 핀다. 함양에 온지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 3주 정도 되었는데 날씨 변화가 참 다이나믹하다. 함양 출발할 때는 분명히 두꺼운 패딩을 입고 왔는데, 지금은 얇은 패딩을 입고 다니기도 덥다.
아스팔트 포장이 아닌 돌이 깔려 있는 길이라 걸어다니기는 사실 불편하지만 한옥마을이라는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주고 있다. 나즈막한 담과 기와집, 돌길 세개가 어울리는 분위기가 제법 멋있다. '고즈넉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느끼고 싶다면 여기를 한번 찾아와 보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종갓집과 이런저런 고택들이 몇개 있는데 그 중 '함양 풍천노씨' 종갓집에 문이 빼꼼하게 열려 있어서 안을 살짝 들여다 봤는데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3월 말까지 크리스마스 트리라니.. 그리고 가만히 자세히 보니 어디서 판매하는 그런 트리가 아니라 실제로 땅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
집 안으로 큰 나무들이 이렇게 있고 꽃을 피운 것을 보니 참 보기가 좋다. 아파트와 네모반듯한 건물이 가득한 것만 보고 있다가 나트막한 담, 넓은 마당에 이렇게 나무들이 있는 것을 보니 평화롭다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3가정만 있으면 교회가 하나 생긴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마을을 돌아보는데 종탑과 함께 십자가가 보인다. 실제로 교회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옥마을'에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 그런데 뭐 가만히 생각 해 보니 전주 한옥마을에도 유명한 성당이 있구만..
집집마다 이렇게 장작을 쌓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장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읍이나 면의 '마을'단위에는 도시가스 등이 깔려있지 않아서 장작을 많이 쓴다고 한다. 기름보일러도 있지만 연료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말도 하였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촌'이라는 곳에서 사람이 떠나는 이유가 이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 살기에 편리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사람이 살고자 하는 것이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삶을 살아가는데 생활이 불편하다면 그 누구도 오기 싫을 것이다.
그렇다고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무시하고 모든 인프라를 개개인에게 제공한다는 것도 말이 어렵고.. 이래저래 행정가들은 고민이 많겠다.
봄꽃이 집집마다 피어있는 고즈넉한 함양 개평마을. 먹거리, 마실거리만 갖추어지면 사람이 조금은 더 오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느낀 이 평화로움이 없어지려나..? 이래저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지자체들은 고민이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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