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을 실은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았다.
언론에서는 곧바로 전원구조라는 타이틀을 띄워서 사람들에게 다행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가 곧바로 정정보도가 쏟아졌다. 그리고 몇일, 몇주, 몇달, 몇년간 '세월호'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도는 단어가 되었고, 가슴아픈 단어가 되었다.
그 이후로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이고,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고, 단식투쟁을 하고, 몇몇 사람들은 이제 그만 잊자고들 하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서 어느새 3년이 넘는 시간이 되었고 미수습자 다섯명의 가족이 철수 한다고 하는 뉴스가 나왔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음 속으로만 안타까워하고 있었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내가 너무 부끄럽고, 나의 몫까지 지고 행동으로 보여 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 와 세월호가 거치 되어 있는 목포항을 가야겠다 생각 했다.
미수습자의 유가족들이 철수하고 나면 이제 세월호는 다시 바다로 들어가서 누워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다시 육상으로 거치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워낙 크고 무거운 몸체이다 보니 몇개월이 걸리는 작업이고, 그렇게 작업이 시작 되고 나면 그 동안 그물, 펜스, 갑빠(정확한 용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등으로 선체가 가려져서 한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에 서둘러 출발.
내가 있는 진해(창원)에서 목포는 상당히 멀다. 목포는 서쪽 끝에 위치하고 있어 운전해서 간다면 네비게이션으로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서울은 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계속 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목포까지 가는 심리적인 거리는 서울과 거의 비슷 할 것이라 생각 된다.
어쨌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랜 시간 차를 달려 도착 한 목포. 목포에 들어서면서 부터 길 가 가로등 등에 세월호 거치장소라는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목포까지 오면서는 음악 틀고, 신나게 왔지만 목포로 들어오자마자 무거워지는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전에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그런 무거운 공기의 느낌.
250km 정도를 운전해서 달려 온 것 보다 3.5km 남았다는 표시가 더 멀게 느껴진다. 공기가 무겁다.
항만은 국가시설이기 때문에 민간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세월호를 보기 위해서는 아래 사진들 처럼 펜스 밖에서 보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매주 추모를 하기 위한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인가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가까이 가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비록 늦게 도착하여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혹시 가는 사람은 14시 전까지 도착하여 세월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셀수도 없이 많은 노란리본들이 펜스에 묶여 있다. 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여기 목포신항에 왔으리라. 꼭 돌아오길, 잊지 않겠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등등 수없이 많은 추모를 위한 문장들이 적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월호가 물 밑으로 가라앉은지 이미 3년이 지났고, 다시 물 밖으로 나와서 목포신항에 거치된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에 노란리본들이 여기 펜스에 붙어 있었겠지만 많은 비바람을 겪어서 그런가 노란색의 리본이 흰색으로 변했을 정도로 낡은 리본들이 많이 보였다. 해당 사건을 직접 겪지 않은 우리가 생각 해도 오랜 시간이지만 이 일을 직접 겪은 수많은 당사자들과 유가족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발걸음을 옆으로 옮겨서 배를 조금 더 자세히 보기로 했다. 배를 처음 실제로 보고 들었던 생각은 '아.. 정말 큰 배구나..'였다. 이렇게 큰 배가 도대체 왜 중심을 잃고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말인가. 시간이 지나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한 침몰이라고 밝혀졌지만 유가족들이 계속해서 침몰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 달라는 것을 보면 분명히 속 시원하게 밝혀진 원인이 없다고 생각 하는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을 태우고 가는 배가 기울고 있을 때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선장, 그리고 구조선들이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 탈출하고 나서 라디에이터에 지폐를 말리던 선장. 그 이준석 선장은 지금 '미필적 고의 및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감옥에 있다. 어디를 가든 가시방석이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선장이라는 사람이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싫다. 물론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사형 폐지국가이기 때문에 사형을 선고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무기징역과 다름 없는 처분이 내려지겠지만 법원에서 사형이라고 선고를 하는 것과,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에 대한 무계감은 상당히 다를 것이기 때문에 정말 속상하다.
항만 주위를 걷다 보면 빼곡하게 달려 있는 노란 리본들 사이에 리본이 비어 있는 곳이 보인다. 바로 배가 보이는 곳. 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와서 리본을 묶어 놓았을 것이고, 아마 당사자들이 세월호를 계속해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비워 놓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이 틈을 통해서 세월호를 매일 매시간 마주해야 하는 유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아침에 눈을 뜨면 이 곳으로 와서 눈으로 저 괴물같은 배를 직접 보면서 소식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바로 저 틈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며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을 유가족들을 생각 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최근에 왔다 간 사람이었을까? 낡은 리본과 색이 바랜 리본들 사이에서 선명한 리본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왔었을까? 지금 이 사진은 내 전화기 배경화면이 되어 있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가니 일전에 광화문에서 봤던 부스(?)와 비슷한 컨테이너 박스가 있었다. 가방이나 옷 등에 달고 다닐 수 있는 노란리본, 휴대폰에 붙일 수 있는 노란리본, 차량에 붙일 수 있는 노란리본을 배포하는 곳. 하나씩 챙겨서 가방에 달고, 휴대폰에 붙이고, 차량에 붙였다. 그리고 돌아 나가려다 가방에 달고다닐 수 있는 고리를 대여섯개 더 챙겼다. 창원에 돌아와서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눠주고 싶어서..
정말 극혐인 것은 이러한 가슴아픈 사건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이용하는 것. 정치적이고 이념적인것을 다 포함하여 그저 가슴 아픈 사고는 사고로 받아들이고 추모를 하면 될 것인데 곁다리로 뭘 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바로 위 사진의 왼쪽 아래 붙어 있는 문구. 최대한 안보이게 찍고 싶어서 앵글을 위로 한껏 치켜 세웠지만 살짝 보인다. '사드 결사반대'라고 적혀 있다. 도대체 세월호와 사드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저 컨테이너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 가슴아픈 사고에 자신들의 이익을 첨부시켜 더렵게 만드는 것인가?
옆에 별의 별 컨테이너들이 다 있다. 기가찬다. 이용하지 말자. 그런들 유가족들에 위로가 될까?
잊지말자 140416.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월호와 관련한 영상에 항상 등장하는 노랫말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목소리로 녹음이 되어서 더욱 더 가슴 아프던 노래. 이 노랫말을 컨테이너 위에 세워 놓아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번 더 생각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목포신항에서 가져 온 노란리본. 내 전화기 뒤에 붙어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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