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가 링크를 하나 보내 줬다.
제목이 '3주 사이에 알바생 4명이 그만 둔 편의점'.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3048295
가만히 읽어보니 기가 찬다. 직원이 숨이 막힐 것 같다. 그래도 3주 사이에 알바생이 4명 그만 뒀다고 하니 뭐랄까.. 큰 피해자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기가 막힌 상황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소름 돋았던 것은 바로,
이 부분. 알바생이 담배 하나가 빈다고 이야기를 한 장면. 이 정도로 실제로 꼼꼼한 사람이라면 뭔가 대책을 마련 해 놓거나, 해결을 해 놓았어야 자연스러울 것이다. 알면서도 그대로 뒀다는건 아마도 점장이 알바 일 제대로 하는지 체크 하기 위한 함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어서 소름 돋았다.
뭐 하여튼 당연히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겠지만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편의점 특성상 최저시급 정도의 급여면 충분하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최저시급으로 사람을 쓰려면 그 정도의 일만 시키면 되는 것이다. 정식 직장도 아니고 아르바이트, 말 그대로 part time job인데 저렇게 세부적인 요구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정도 점장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본인의 사업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 그래서 저렇게 업무지시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저렇게 할꺼면 급여를 더 줘야지. 급여만 충분히 줘 봐라 점장 발가락이도 빨지.
그래도 뭐랄까 지시가 매우 디테일해서 정말 아무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한다면 괜찮을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든다. 뭐 사례를 한번 들어 보자. 문서 편집에 관련한 피드백이라고 치고 예를 들면,
편의점주: 여기는 10mm로 설정하고, 배경은 빨간색, 폰트는 고딕으로 하세요
최근 만난 사람: 여기는 좀 더 좁게, 배경은 조금 더 열정적인 느낌으로, 글씨체는 진지하게 보일 수 있도록 편집 하세요. 어려운거 아니잖아요?
이런 느낌..? 편의점주가 선녀로 보이는 기적이 일어났다.
고구마 100개를 먹은 느낌으로 글을 읽다가 새로운 용어와 나의 생각과 매우 일치한 댓글이 보인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 용어였는데 본문의 내용을 보고 저 단어를 보니 대충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을 쓰면 최소한의 믿음과 자율성을 주는게 필요함.'이라는 한 줄. 매우 크게 다가온다.
바로 업무분장과 위임전결이 필요하다는 말.
조직의 인원이 적다면 업무분장이라는 단어가 큰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일이라는게 있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과 한 덩어리의 일에 모든 직원이 달려들어서 진행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원이 적은 조직에서 그렇게 해서라도 결과물이라도 나오면 다행이다만 해당 결과물에 대한 검토와 피드백을 대표자가 무조건 해야하고(물론 검토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 부분은 바빠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세부적인거 하나하나까지 피드백을 해서(Micro Manage) 해당 업무의 6~70% 정도를 새로 해야 한다면? 물론 위에서 언급 했듯이 본인의 사업이라면 충분히 신경이 많이 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일 진행이 느리고 대표자의 어떤 기준에 맞지 않아 성과를 내는 것이 계속 딜레이가 된다면 결국 조직의 손해가 아닌가.
이런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되고 있는 조직을 보면 리더가 숲을 봐야 하는데 나무를 보고 있다. 아니 나무도 아니고 나무 껍질의 모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리더의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본인의 기준치에 직원들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준치가 확실하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직원의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고 그 지적하는 행동으로 인해서 본인의 위치를 느끼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들이 작은 조직에서는 제법 있다. 즉, 이렇게 세부적으로 지시를 하면서 리더는 본인이 유능하거나 중요한 일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
이런 일이 자주, 매번 생기다 보면 조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친다. 본인들은 나름 열심히 업무를 진행 했고, 결과를 검토 받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는 세부적인 부분에서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 업무를 처리할 때 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조직원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다른 업무를 진행하기도 전에 주눅이 들어 있게 된다. 그렇게 반복이 되면,
어떻게 해도 욕을 먹을테니 그냥 진행 하자
라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어차피 빠꾸 먹을껀데 대충 하고 던지자는 것. 멘탈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 시발 좆까소 라는 생각을 하는 조직원이라 할 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해당 조직은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 조직원의 업무결과는 점점 마음에 들지 않을테고 그러면 관리자도 피곤할 수 밖에.. 리더의 꼼꼼한 태클을 받다 보면 조직원은 '죄송합니다'라는 단어가 조건반사적으로 나오게 되겠지. 급여 받고 일을 하는 회사생활에서 회사에 정말 큰 위해가 될만 한 사고를 치지 않은 이상 죄송은 무슨 죄송인가.
일을 위한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닌 보고를 위한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지디병이 연예인들에게는 참 무서운 병이라고 하는데, 조직에는 대기업병이 참 무서운 병이다. 리더가 어디선가 들은게 있어서 '일일업무보고'를 하자고 하는 경우. 출근 하면 업무계획, 퇴근하기 전에는 계획에 의한 결과를 '보고'하자고 한다면?
장점이 있겠지. 놓치는 업무가 줄어들 것이고, 하루의 목표가 명확하게 보이고, 실적이 가시적으로 보일테지. 하지만 그 일일업무보고를 하기 위해서 오전에 30분 이상, 퇴근 전 30분 이상이 낭비가 되는 것은 보이지 않을까?
보고서는 문서이고, 회사에서 문서를 작성할 때는 어쨌든 노력이 발생한다. 쓸 말은 몇개 없는데 페이지를 채워야 하고, 현황 파악도 해야 하고, 문제점도 두어개 만들어야 하고, 해결방안도 두어개 만들어야 하고, 향후에 이 업무를 어찌 추진해야 할 것인가도 적어야 할 것 같고.. 이 무슨 비효율의 극치인가.
조직이 크다면 해야 할 필요는 있겠다. 그래도 일일은 좀 오바다. 조직원들이 하는 업무들이 뻔히 파악이 되는 조그만 회사에서는 전혀 필요가 없지 않은가. 뭐 꼭 리더가 업무보고를 받아야겠다면 이번주 진행한 일, 다음주 진행할 일 정도로 해서 주 1회면 충분하지 않은가. 일일업무보고도 해야 하고 주간업무보고도 해야 한다면 최악이겠지만..
조직의 크기에 따라 그에 맞게 갖추어져야 하는 시스템이라는게 있다. 대표나 중간관리자가 적절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실무직원들의 출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여기서 적절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족한 것과 과한것 모두 포함.
편의점 이슈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좀 했는데 글을 적다 보니 또 다른 곳으로 샜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받는 만큼 일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 일을 더 한다고 하는 양이나 성과만큼 돈을 더 챙겨주는 곳도 드물고.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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