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막입

[진해]막창도둑

hwangdae 2017. 4. 12. 13:02
728x90
반응형

우리집에서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아마 전국에서 몇 안남은(줄 알았는데 엄청 많구만.. [링크 참조]) 경화시장[각주:1]이 있다.

 

 

3일과 8일이면 길 전체가 시장으로 들어차게 되고 차량 역시 통제가 된다. 시장 골목골목에는 제법 맛있는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이다. 보통 시장이라고 하면 허름하고, 위생적이지 않고, 카드결제가 안되지만 어쩐지 '시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가게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가게는 그렇지 않다.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그냥 사장님이 오픈한 막창가게.

 

처음에 그냥 방문 했다가 맛이있어서 단골 비슷하게 되어 버린 가게다. 어느 날 보니 가게가 없어져서 '아.. 다른데로 이전했구나..'라고 생각 했었는데 바로 아래 골목에 오픈 했을 줄이야..!! 예전에 갔을 때 사장님이 조금 더 장사 하다가 이동으로 옮겨서 재오픈 할꺼라고 하셨는데 그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졌나보다.

 

 

추가 메뉴는 사실 크게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주 메뉴가 일단 좋다. 그리고 사장님이 초반에 거의 대부분 구워 주셔서 프로 그릴러가 아닐지라도 맛없게 먹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 하지만 첫 주문은 기본이 3인분이라는게 함정.

제일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는 역시 생막창이다. 생삼겹도 맛이 있기는 하지만 막창 전문점에 와서 다른데서도 먹을 수 있는 삼겹살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두번째로 추천하는 메뉴는 오돌뼈. 삼겹살을 먹을 때 있는 오돌뼈는 너무 커서(?) 잘못 씹으면 턱이 아플 정도이지만 여기 오돌뼈는 잘게 다져서 나오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다. 뭐라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그냥 그렇다.

 

 

처음 시킨 메뉴는 '추억의도시락'. 어느 집에 가도 흔히 있는 메뉴이다. 술 자리에서 밥을 따로 시켜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저 날은 같이 간 동생이 밥을 꼭 먹어야겠다고 해서 시켰는데 '한입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 때문에 나 역시 도시락을 따로 하나 주문해서 먹었다. 뭐 맛은.. 지금 딱 당신이 생각하는 그 맛.

 

 

메인 메뉴인 생막창! 내가 먹는데 정신이 없어서 굽기 전의 모습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숯으로 굽고, 막창이 건조하지 않고 제법 촉촉하다는 것. 식감도 어찌나 쫄깃한지 씹을수록 고소함이 나오는데 이걸 글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장님이 너무 잘 구워 주셔서 사실상 먹기만 해도 될 정도이기는 한데 장사가 잘 될때는 모든 테이블을 사장님이 커버칠 수가 없으니 같이 간 사람중에 '내가 막내다'싶으면 집개를 들고 이리저리 굴려주자.

삼겹살처럼 한쪽면을 익히고 뒤집어서 나머지 한쪽면을 익히고 하는 방법이 아닌 적당히 익으면 가위로 잘라 조각을 만들어 놓고 이리저리 굴려가면서 고루고루 익히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프로그릴러라면 고기의 상태를 보고 알아서 굽는 스킬을 시전 하겠지만 혹시나 아마추어그릴러들이라면 참고하도록 하자.

 

 

두번째 추천메뉴인 오돌뼈. 언제나 그렇듯이 고기는 옳다.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식사 및 술안주용으로 가장 적합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이미 막창을 한접시 먹어서 배고픔은 잊혀졌기 때문에 조금만 주문 하였다. 사진으로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칼집이라고 하기에는 뭣한 흔적들이 생고기에 많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칼집이 아니라 오돌뼈가 잘개 잘개 다져져 있는(?)것이다.

이 오돌뼈는 굽고 있으면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구워지는 과정에 살이 쪼그라들면서(?) 잘개 쪼개진 오돌뼈 부분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에도 살짝 언급 한 것 처럼 삼겹살의 그 동그란 오돌뼈를 생각하면 안된다. 생각지도 못한 이물감 같은 느낌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억센 뼈가 아닌 잘게 다져진 뼈 이기 때문에 딱딱하지도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부위이다.

 

다들 살아가다 보면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무엇'이 있다.

 

제일 처음 뜨거운 형제들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 사이먼도미닉이 나와서 다이어트 드립을 칠 때. 지기펠라즈부터 슈프림팀 까지 나만 알고싶은 랩 잘하는 듀오였는데 갑자기 확 떠버려서 이제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을 때의 그 안타까움..

이 '막창도둑'이라는 가게 역시. 나만 아는 동네에서 영업하는 작은 고깃집이어서 고기와 소주 한잔이 먹고 싶을 때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너무 유명해졌다. 저 날에 가게 밖에서 2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을 정도이니..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유명해져서 사장님이 잘 되면 물론 좋기는 하지만 나만 알고 있었던 비밀스럽고 좋은 곳이 유명해져서 마음편히 갈 수 없게 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아쉽기는 한 부분이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막창이 먹고 싶다. 2-3일 안에 한번 더 가야겠다.

  1. 1924년부터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시장. 3일과 8일에 열림.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마음기록장 > 막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물회 포항 영일만의 민지횟집  (0) 2017.07.17
#McDonalds 시그니쳐 버거  (2) 2017.06.09
마산야구장 옆 국밥집 '구기야'  (0) 2017.04.01
진주 하연옥 냉면  (0) 2017.03.26
사노동식당  (0) 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