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집에 있는 주말. 갑자기 전화기가 뻬~~~~~~~엑 하면서 울기 시작한다. 요즘 너무 열심히 일 하는 티를 내려고 하는 국가안전처의 재난문자.
날 더우니까 어디 나가지 마 병신아. 나가면 죽을 수도 있어.
정도의 내용이랄까나..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 집이라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집에 있는게 더 덥다. 고민을 해서 나온 보기 몇개.
1. 상남동 누버서에 가서 만화책을 보면서 잉여롭게 보낸다.
2. 운동을 하러 간다.
3.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그 동안 밀려있던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4. 어디로 훌쩍 떠나서 저녁 한그릇 먹고 온다.
1번은 아직 혼자 가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 2번은 너무 더워서 진짜 죽을 것 같고, 3번을 하려고 하다가 일단 멤버를 모아서 4번을 해 보기로 하고 멤버가 모이지 않으면 카페를 가는 것으로 마음 속으로 결정. 1
페이스북에 파티를 모집 하니 입질이 바로 온다. 더운 날 시원한 음식 하면 생각 나는 것이 사실 몇개 안되기 때문에 진주에 냉면 아니면 포항의 물회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포항물회에 두표. 그리고 같이 가자는 친구의 댓글. 바로 전화해서 '어디고~ 지금 간다~'하고 통보 한 다음 출동. 2
포항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경주를 통과해야 한다. 경주 참 좋아하는 곳이기는 한데 너무 안전적인 곳이라고 할까나.. 도로에 60km카메라가 매우 촘촘하게 박혀있는 곳이다. 도시가 도시이니 만큼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오는 곳이라 개발이 더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길도 썩 좋지 않고 빨리 달릴 수 있는 외곽도로도 부족한 실정. 하지만 포항을 가기 위해서는 경주를 통과해야 한다. 3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성격을 알겠지만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고. 몇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 진 자동차가 내 발끝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가. 그래서 서울을 갈 때도 내가 나서서 운전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경주, 포항 이쪽만 가면 피곤하다. 오늘도 역시 김해-양산-경주를 거쳐서 포항으로 입성. 두시간 반이 조금 넘게 걸렸다.
포항에서의 물회라고 하면 당연히 죽도시장에 위치하는 어느 가게를 생각 했는데 같이 간 친구가 영일만에서 먹어봤는데 맛이 있더라고 하면서 거기로 가자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가까이 가면 알겠는데 가게 이름도 잘 모르겠고 해서 '강림중공업'으로 네비를 찍고 가자고 했다. 익숙한 기업이라 물어보니 창원의 그 강림중공업이 맞단다. 뭐 어쨌든, 폭염경보까지 오고 너무 더운 날씨여서 운전해서 가는 내내 햇빛이 비치는 곳은 팔이 따가울 정도로 더웠는데 도착해서 내리니 바람이 '차갑다'라고 느껴 질 정도로 시원하였다. 바닷가라서 그런가? 4 5
도착한 곳은 '민지횟집'. 이 횟집이 위치 해 있는 영일만은 부두인데 파도가 심해서 그런지 방파제로 둘러 쌓여 있는 공간이었다. 부두 안에 가건물 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옆으로 쭉 늘어서 있었고 각기 나름의 간판을 달고 나름의 강점을 어필 해 가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다른 집은 제법 조용한데 우리가 간 저 집만 씨끌씨끌. 아.. 유명한 집인가? 장사가 잘 되는 집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안에 단체손님들이 와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던 것. 6
뭐 어쨌든 친구가 포항에 출장와서 일 하고 들어와서 먹은 곳인데 맛이 있어서 다음에 꼭 와야겠다 생각 하고 있던 집이라고 설명 해 주었다.
들어가서 주문을 했더니 나오는 반찬들. 자두가 나와서 조금 의외였다. 일반적으로 과일이라고 함은 식사 다 하고 후식으로 먹으로 몇개 주는 것이 아니던가. 어쨌든 우뭇가사리로 추정되는 반찬과 고둥, 삶은 땅콩과 이름 모를 풀이 기본 반찬으로 나왔다. 우뭇가사리는 원래 아무 맛이 나지 않는 음식이 아니던가. 그런데 위에 발라져 있는 간장이 매우 맛이 있어서 손이 자꾸 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둥은 아마 삶아서 조리한 후 얼려놓았던 것 같다. 저 포크 같은 도구로 속살을 빼 보니 옆에 살얼음이 같이 딸려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땅콩이야 그냥 땅콩 맛인거고 의외로 놀랐던 것은 저 이름 모를 풀. 사장님한테 물어보다는게 깜빡했는데 쌉쌀한게 이게 진짜 그냥 풀맛인데 생각보다 많이 맛있었다.
고둥 까 먹으면서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나온 물회. 날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간 얼음이 나오는 것. 그리고 밥이 매우 뜨거웠다는 것. 아마 같이 간 친구가 없었으면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던 물회 7는 육수가 따로 나왔고 다대기 양념이 냉면 다대기처럼 물회 그릇에 올라 가 있는 것인데 모양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8
어리버리타고 있으니까 친구가 한번 와 봤다고 먹는 법을 알려준다. 밥이 뜨거워서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밥에 물을 콸콸 붓더니 얼음을 올린다. 식히는거란다. 그리고 얼음을 푹푹 퍼서 물회그릇에 올린다. 육수가 따로 나오지는 않고 얼음을 녹여서 국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장을 붓는데 나는 초장 대신 물회와 같이 갖다 주신 고추장을 선택.
위 사진에서는 자세히 물회그릇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사진을 하나 첨부하기로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회가 들어있다. 그리고 파, 깨소금, 마늘, 양파, 배 등의 야채들이 들어 있고 해삼, 멍게, 소라, 전복, 성게 등의 해산물들이 제법 많이 들어 있다. 회물회도 있고 이렇게 해산물이 많이 들어 있는 물회도 있으니 호불호에 따라 시켜먹으면 되겠다. 해삼이나 멍게는 향이 강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소라의 그 딱딱하면서도 아삭한 식감 때문에 소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물회를 시키면 나오는 매운탕. 잘 모르는 사람은 매운탕이 별도로 돈을 받는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나도 창원에서 물회를 처음 경험했을 때 별도로 돈을 받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아님. 물회를 만들 때 생선을 손질하면 어차피 남는 것이 뼈이기 때문에 매운탕거리가 생기는 것. 내가 먹은 생선의 뼈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모아놓은(?) 재료들을 이용한 매운탕이 같이 나온다. 9
이게 진짜 웃긴게 차가운 물회를 먹다가 뜨거운 매운탕을 먹고, 또 차가운 물회를 먹으면 이빨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음이 적당히 녹고 들어 있는 해산물과 야채에서 나온 물로 인해서 국물도 자박하게 생긴 상태. 평소 식사할 때 국을 먹듯이 밥을 먹고 물회를 퍼먹고 하면서 먹으면 된다. 개인 취향이 있고 내 돈내고 내가 먹는것을 누가 뭐라 할 것은 아니지만서도 물회는 절대로 밥을 말아먹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회를 다 건져먹고 남아있는 국물에 밥 말아먹는 것을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만 물'회'를 먹는 것이지 익은 생선을 먹는 것이 아니므로 뜨거운 밥을 물회에 말아서 미지근해진 물회를 먹는것은 금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물론 개취존중. 알아서 먹어라.
물회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물론 개취존중. 알아서 먹으면 되지만..)
- 육수가 나오지 않고 얼음이 나오는 포항식 물회라는 가정 하에,
1. 밥그릇에 물을 말거나 얼음을 넣어서 뜨거운 밥을 식힌다.
2. 양념장을 적당히 개인 취향만큼 넣는다. 물론 많이 넣으면 양념맛으로 먹는지 회 맛으로 먹는지 알 수 없으므로 적당히 넣는다.
3. 양념이 개어질 만큼의 적절한 얼음을 넣어 양념을 푼다.
4. 숟가락으로 팍팍 비비다 보면 양념의 염분 때문에 야채 및 해산물 안에 있던 물들이 나와서 국물이 만들어 지기 시작한다.
5. 적절히 다 비비고 나서 밥을 먹으면서 국을 퍼 먹듯이 물회를 맛있게 먹는다.
6. 건더기를 적당히 다 먹었다고 생각 되고 밥이 뜨겁지 않다면 남아 있는 국물에 밥을 한번 말아서 먹어본다.
분하다!!
물론 나는 물회 초보이기 때문에 위의 방법을 다 먹고 나서 알았다. 얼추 지키기는 했지만 물회그릇에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서 국물이 한강처럼 되어 버린 물회를 먹었기 때문에..
가게 메뉴판이다. 물회집이 아니라 횟집이다. 그래서 회가 메인인 것.
위에 사진에도 있고 적어놓은 오늘 먹은 물회그릇에 있는 내용물들을 보아 알 수 있겠지만 오늘 먹은 것은 특미물회. 이 가게에서 물회 종류가 물회, 전복, 해삼, 멍게물회가 있다. 특미 물회는 다른 물회와 비교하기가 쑥쓰러울 정도로 고가 10이다. 아마 전체 물회 재료들이 조금씩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 11
하여튼 오늘 먹은 저녁은 인당 3만원짜리라고 자랑하는 사진이 되겠다.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서 바로 집에 가자니 아쉬운 것은 당연지사. 두시간 반이 걸려서 포항에 왔는데 그냥 밥만 먹고 갈 수는 없는 것. 때마침 목적지였던 영일만은 파도 때문에 방파제가 세워 져 있는 곳 이었고, 해당 방파제 위를 걸을 수 있게 공원처럼 만들어 놓은 곳 이었다. 본래 항만은 국가에서 보호를 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함부로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영일만의 항만의 방파제 부분은 시민 및 관광객들을 위하여 개방이 되어 있었다.
어느 해안가 도시의 방파제를 가도 그렇지만 여기 역시 낚시꾼들이 찾는 포인트인 것 같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우리가 흔히 낚시라고 하면 '아재취미'정도로 생각 하고 있겠지만 포항 분위기가 그런지 젊은 남녀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였다. 방파제를 찾은 사람들의 한 40%는 되어 보였으니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낚은 생선을 바로 요리 해 먹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휴대용 버너와 냄비 등도 챙겨 온 사람들이 많았다.
제법 길이가 긴 방파제를 걷는 중 낚아 올리는 장면(물론 수면에 올라와서 고기를 놓쳤지만)을 한번 밖에 못본것이 아쉬웠다.
영일만에 허락 된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면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파제. 저 사진에 보이는 방파제는 육지에 연결 된 것이 아니라 저 방파제만 바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이렇게 방파제가 2중으로 설치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쪽에 파도가 제법 많이 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
이 사진은 내가 찍고자 하는 만큼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방파제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저 삼각형 모양의 콘크리트 덩어리. 저 위치가 지금은 물 밖이지만 사실상 바다 한가운데 였으니 많은 낚시꾼들의 낚시장소가 되는 곳. 그래서 항상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곳.
방파제 끝까지 갔다 오고 나니 해가 떨어지면서 어둑어둑 해 지고 있었다. 집에 갈까 하다가 그래도 오래 걸려서 온 포항인데 밥 먹고 방파제만 보고 가기에는 아쉬웠다. 어렴풋한 내 기억에 포항은 야경이 좋다고 한다. 아무래도 포항 하면 제철소가 생각 나는 도시이다. 철을 제련하기 위하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는 한번 온도 올리기가 오래 걸리고 연료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24시간 돌아간다. 즉, 제철소는 24간 내내 돌아간다. 일 하는 사람이 있다. 전기를 사용한다. 야경이 이쁘다. 이렇게 이어질 수 있겠다.
야경 포인트는 몰랐으므로 구글신의 도움을 받았다. 찾아보니 포인트가 세군데가 있는데 바라보는 방향은 똑같았다. 포항 북부해수욕장, 영일대, 송도해수욕장. 그래서 가기로 결정한 곳은 송도해수욕장.
뷰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포항제철소의 야경을 찍는 것. 제철소에서 아마 야경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나 보러 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아는지 건물 외벽으로 반짝반짝 조명을 많이 달아놔서 제법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큰 전광판도 있었는데 글자만 옆으로 흘러가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많이 들었다.
이렇게 광량이 부족한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좋은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다시 조금씩 올라온다. 1:1바디, 24-70급 렌즈, 광각렌즈, 망원렌즈, 삼각대 정도를 기본으로 하고 추가로 릴리즈랑 스트로보 정도 장만하면 얼마나 들까나..? 차를 팔아야 하나..?
부자가 되자. 돈 많음 백수가 되자.
- 사실 거의 모든 솔플이 주위 사람은 혼자 온 사람 따위에 대한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본문으로]
- 항상 갈 때 마다 육전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주문 전에 영업을 하는데 솔직히 육전이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광주에 육전이 그렇게 맛있다고 종범신이 추천 했었는데 항상 광주에 야구보러 갈 때마다 주말에는 가게가 열지 않아 실패. [본문으로]
- 진짜 추운 겨울에 문무대왕릉에 일출을 보러 가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경주박물관은 갈 때 마다 좋고, 불국사는 반드시 자원봉사 하시는 해설사분과 동행해서 구경할 것. [본문으로]
- 대학동기들이 거기에 일을 했었고 지금도 일 하고 있는 친구가 몇 있다. [본문으로]
- 진해도 바닷가 동네인데? [본문으로]
- 트로트 메들리를 듣는데 힘들었다. [본문으로]
- 물회는 뜨거운 밥을 말어먹는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뜨거운 밥이 들어가면 회가 익어버리므로. 국물처럼 퍼 먹는것이 원래 물회를 먹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음. [본문으로]
- 창원에 병무청 앞에서 먹던 물회 [본문으로]
- 물회에 들어가는 회가 한마리를 다 썰어 놓은 것일리는 없지 않은가. [본문으로]
- 아마 회만 있는 것이겠지. [본문으로]
- 특미물회를 제외하고 제일 비싼 물회인 전복물회가 2만원이다. [본문으로]
- 방파제로 막히지 않은 옆에는 모래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그 뒤로 각종 서핑가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파도가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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