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영화인 '82년생 김지영'을 어제 봤다. 워낙 이슈가 많이 되었던 영화라 포스팅을 할까 말까 고민을 조금 하기는 했는데 내가 뭐라고, 이 블로그 뭐라고 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솔직한 기록을 남겨 보고자 한다.
우선 이 영화가 그렇게 이슈가 될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성으로써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각종 부조리들이 영화에 잘 나타나고 있고, 누가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리고 보고 나와서도 '가슴 한 켠이 쿵'하는 느낌을 다들 받지 않았을까? 그렇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를 남여가 나뉘어서.. 여남이라고 해야 하나.. 뭐 어쨌든 그렇게 성별로 나뉘어서 여태까지 이렇게 힘들었네, 사실은 내가 더 힘드네 싸울 필요가 있는 영화인가 싶다.
옛날이라고 하기가 웃길 정도로 최근에는 단시간에 사람들이 기존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관념들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관념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이런 것이 이슈가 된다는 것 자체가 그 동안 우리가 겪어오던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김지영의 삶이 과연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영화가 우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고, 이슈가 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정상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던 것 들이 정상이 아닐수도 있다.. 가 아니라 '당연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배가 정상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고 그 것을 발견 했다면 방향키를 정상인 곳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당장은 별로 티가 안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조금 방향을 바꾼 것이 바꾸기 전의 그것과 비교해서 차이가 많이 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차이만큼 우리의 삶은 더 나아졌을 것이다.
영화가 2019년에 개봉 했으니 개봉 당시 우리나라 82년생의 김지영들은 한국 나이로 치면 38세가 된다. 요즘은 결혼시기가 많이 늦어졌기는 하지만 다들 결혼을 많이 하는 나이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다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김지영과 비슷한 상황인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자로써 어찌 보면 '평범하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들 하나하나가 여자로 살아가기에 힘든 상황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생기면 당연히 여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당연하게 생각 하는 시댁, 김지영을 내려놓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 등등.
이 영화에서 조금 안타까웠던 것은 김지영의 어머니 캐릭터이다. 절대 김지영이 받고 있는 차별이 별것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자기가 처한 상황이 제일 힘들고 어려우니까. 하지만 김지영의 어머니는 성차별이 김지영이 살아 온 시절보다는 조금 더 당연했던 시절에 태어난 여성으로 많은 희생을 받고 그에 어쩔 수 없이 순응했던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남편이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차별에 맞선 결과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 보다 한 세대 위의 사람, 즉 김지영의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보면 더더욱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아버지들도 많이 보면 좋겠다. 요즘은 이런 여성으로써 받는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 하는 사람이 확실히 전보다는 적을 것이다.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그래서 든 생각이 60대 근처의 나이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주목되는 남자 캐릭터가 둘이 있다. 하나는 김지영의 동생, 또 하나는 김지영의 남편.
김지영의 동생은 어릴적 부터 남자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오고 있었고, 30살 정도 된 현재까지도 그런 혜택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뭔가 이게 본인에게는 혜택이지만 누나들에게는 차별이라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관성적으로 살아 온 이유로 아마 행동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던 그런 캐릭터인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는 매우 빠르게 교정이 되는 모습이 보이지만 조금 더 일찍 그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그렇게 교정이 된 이유 중에 하나도 큰누나(김지영의 언니)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두 번째로 남편 역할을 한 공유는 (여성의 시각으로는 어찌 평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정말 완벽한 남편의 상으로 그려졌다. 가능한 많은 것을 처리하고자 노력 하며 아내를 정말 잘 챙겨주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김지영의 정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명절에 여행을 가자고 한다거나, 빵집 알바에 대해서 하지마라고 강요(?)하기는 하지만 그 것은 집에서 애 보는것은 어떡하냐의 물음이 아닌 정말 김지영이 하고 싶은 일이었는가를 물어보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안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느끼지 못한 부분에서 남편의 실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완벽히 이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입맛이 씁쓸하다.
영화 전체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아이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정말로 이야기를 하기가 부담스럽기는 한데 내가 느낀 대로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김지영의 경력 및 다른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이유, 본인을 내려놓고 '누구누구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영화 속에서는 아이로 비춰지는 것 같다. 당연히 아이를 낳는 온전한 고통과 그에 따르는 후유증은 여성이 오롯이 가져가게 되어 있다. 남자가 출산을 하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아이는, 특히 출산과 육아는 그냥 김지영에게 오롯이 맡겨진 '의무'로만 표현이 되는 것 같아 보면서 조금은 불편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냥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도 이런 모습이 당연시 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주위만 둘러봐도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둔다. 제도가 잘 되어 있거나 공무원, 군인 또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될 정도. 그러한 제도의 도움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퇴사하는 모습도 많이 봤고 부끄럽지만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소위 유리천장이 있어 여자는 당연히 오래 일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속상하고 안타깝다.
내가 어떤 내용으로 포스팅을 하든 여성들이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견뎌왔던 차별들을 100% 공감할 수는 없으리라. 이런 영화 등으로 인하여 잘못된 곳으로 향하고 있던 나의 방향키가 조금씩 정상인 곳으로 돌려지게 된다면, 또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인다면 언젠가는 똑바로 정상적인 곳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김지영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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