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기록장/여행

#고흥 #나로우주센터

hwangdae 2018. 12. 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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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방문일정 중 한군데인 고흥 나로우주센터. 나로우주센터는 예전에 한번 갔었던적이 있다. 광주에서 여기까지 온 김에 고흥 한번 들리자 싶어서 갔었는데 네비게이션에 나오는 거리를 보고 만만하게 봤다가 식겁 했던 기억이 있다. 나로우주센터까지 가는 길이 너무 엉망이라 힘들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벌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보성여관에서 커피 한잔 하고 달리기 시작한 고흥 가는 길. 하늘에서 잔뜩 낀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고 있었다. 급히 사진을 막 찍었는데 만족스럽지가 않다. 차도 달리고 있었고, 흔들리는 차 안이고, 창문을 열 수 없는 승합차라 어두웠다. 그래도 역시 RAW 포멧의 힘이란..



고흥은 섬처럼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 같지만 반도이다. 반도와 주위 몇몇 유/무인도를 합쳐서 고흥군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고흥의 아래쪽에 나로도가 있다. 바로 나로호가 발사된 곳. 위 지도에서 분홍색 테두리가 고흥군이다. 여기서 나로도는 오른쪽 제일 아래에 떨어져 있는 섬이다. 나로도는 섬인데 다리를 두개나 지나야 도착할 수 있다. 대부분 도로의 구성이 그렇듯이 섬은 가운데가 산이므로 섬에 조성되어 있는 길은 섬의 테두리를 둘러 가거나,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섬의 가운데를 지나거나 둘 중 하나이다. 나로도로 가는 길은 바로 섬 가운데를 뚫어버리는 루트이다. 즉, 고저차가 좀 남과 동시에 구불구불하다. 터널을 뚫지 않는 이상 경사면으로 올라가는 수 밖에 없으니 길이 그렇게 구성될 수 밖에..


혹시 나로우주센터를 방문 하고 싶은 사람들 중 차멀미가 심한 사람은 가는 길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한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도착하고 나니 초대형 태극기와 나로호 모형이 반겨준다. 이상하게 이런데서 국뽕이 막 솟아 오른다. 큰 태극기를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그리고 남자는 역시 로켓!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보니 또 심장이 쿵쾅거린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민간인이 도착해서 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과학관이 고작이다. 우주센터는 발사대와 시험동, 각종 실험실 등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실 발사대가 제일 보고 싶은데.. 통제를 하고 있는 곳이라서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여기 일 하는 사람들은.. 뭐랄까 참.. 감옥 같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시내.. 라고 하기도 뭣한 읍내가 나올텐데 소주 한잔 하고 오기도 뭣하고.. 다들 워크홀릭이려나..? 영화 등에서 보는 우주과학자들은 아주 그냥 공부가 취미고 특기고 장기라서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살던데..


여튼, 우주센터가 왜 이렇게 외딴곳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 잠시 생각 해 보자. 일단 간단하게 생각하면 주위에 뭐가 없어야 한다. 로켓이 발사 하다가 추락하거나 기타 사고가 났을 때 주위에 민간인 주거지역 등이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각주:1]이 있으면 안된다. 비행기랑 충돌하면.. 그리고 또 중요한 부분. 로켓을 발사하는데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간다. 특히 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할 것인데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는데 매우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구의 힘을 이용하는 것. 지구는 북극/남극의 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바퀴 자전을 한다. 이 자전하는 힘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자전하는 각도로 발사 하면서 적도와 가까운 곳일 수록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다. 자세한 계산식 같은 부분은 나처럼 문과 나부랭이가 알 수는 없겠지만 상상만 해 보더라도 이 정도의 큰 틀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으로 원래 제주도[각주:2]에 우주센터를 지으려고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차선책으로 선택 된 곳이 고흥의 외나로도라고 한다. 만일 제주도에 설치가 되었다면 제주도를 가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생겼을 것 같고, 덧붙여 고흥보다는 접근성이 좋지 않았을까 싶기는 한데.. 이래저래 아쉽다.


사실 현재 나로우주센터는 접근성이 너무 안좋아서 그런지 관람객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예산도 매우매우 적은 편으로 알고 있는데[각주:3][각주:4] 우주과학관을 유지하는데 입장료로는 유지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람객들이 적다. 그러다 보니 관람장비, 동선, 설명 등이 사실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곳곳에 망가지거나 수리가 필요한 관람장비들도 제법 보였고, 특히 3D, 4D영상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의 남자들은 초등학교[각주:5]를 다니면서 장래희망 조사를 하면 아마 과학자[각주:6]나 대통령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과학자가 꿈이었고 과학교과를 좋아했다. 비록 문과로 진학을 했지만 여전히 과학은 좋아한다. 2000년이 되면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고,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을 보며 소리지르고 흥분 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고다드박사, 폰 브라운 박사 등등의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로켓과 우주를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뭐 결국은 돈. 우주센터가 우리나라에 있고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라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은 아닌 것 같고, 한국형 기체를 발사 하기는 했으니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 모두 화이팅!



전시실을 구석구석 돌아보면 1차, 2차 발사 실패에 대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1차 발사 실패는 뭐 그렇다 치고 2차 발사 실패는 사실 뭔가 어물쩡하게 넘어 간 부분[각주:7]이 없지않아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만드는 족족 성공발사를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조그마한 계산 실수에도, 시스템 에러에도 로켓발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발사체를 만드는 실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나 위성을 만드는 기술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발사체를 만드는 기술은.. 저 위에 친구들이 잘 하니, 하루 빨리 통일 되어서 우리나라도 우주강국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그런 나라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국뽕 한번 더.

  1. 실제 나로호 발사할 때 김해국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노선은 광주를 거쳐서 제주로 갔다. [본문으로]
  2. 제주도 서남쪽 서귀포시 대정읍 [본문으로]
  3. 이건 뭐.. 사실상 국가에서 지원을 별로 안한다는 것 [본문으로]
  4. 이미 미국이나 다른 우주선진국들은 민간에서 우주선을 띄우는데 우리는 아직 자체발사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 안타깝다. 과학자들 어쨌든동 화이팅.. [본문으로]
  5. 당시 국민학교 [본문으로]
  6. 또는 발명가 [본문으로]
  7. 러시아랑 우리나라랑 서로 니 잘못이라고 싸우다가 그냥 서로 잘못 한 걸로 칩시다! 정도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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