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기념 전국지인투어 차박 프로젝트 EP11. 강릉 초당고부순두부

순두부는 맛있다. 저렴하게 맛있게 한끼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아닐까 싶다.

 

안목해변을 둘러보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배가 고파왔다. 지난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제법 새벽부터 움직였기 때문에.. 놀기 전에는 아침밥을 먹은적이 출장 가서 호텔조식 먹은 정도였지만 놀다 보니 짐승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즉, 배 고프면 먹고 잠 오면 자는 그런 생활이다. 뭐 어쨌든 배가 고프니 밥을 먹도록 한다.

순두부가 뭐 사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강릉에 와서 '초당순두부마을'에 가기로 했었고 거기 수많은 순두부 가게 중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곳에 갈까 했다. 그래서 어디가 유명한가 살짝 검색을 해 보니 후기가 엉망진창이다.

후기를 잘 보는 편은 아니다. 사람 특성상 정말 좋은 사용자 경험을 하지 않고는 좋았을 때는 딱히 후기를 남기지는 않고, 컴플레인이 있는 경우 후기를 매우 정성스럽게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책자를 보고, 잡지를 보고 맛집을 찾아 갔다면 최근에는 전화기만 들여다 봐도 어떤 후기인지 정말 잘 알 수 있다.

초당순두부마을 내 위치한 순두부집을 열심히 검색 하다가 검색범위를 조금 넓히니 칭찬일색인 가게가 나온다. 관광지역을 벗어 나 있는 위치에 있는 가게인데 후기에 칭찬이 많다? 그렇다면 이 것은 현지인 맛집이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딱 스친다. 바로 시동 걸고 운전해서 출발.

처음 가 본 가게이므로 당연히 제일 위에 있는 메뉴를 주문 했다. 주문하는데 직원분이 '하얀색 말씀하시는거죠?'라고 해서 조금 당황했다. 내가 생각하는 순두부백반은 빨간국물인데 하얀색이라니..? 강원도만의 특이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걸로 달라고 해서 나온 상이 위와 같다.

상을 내 주시면서 가능하면 간장은 넣어서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는데 그렇게 한입 먹었다. 싱겁다. 너무너무 싱겁다. 그래도 사장님이 시키니까 그냥 그렇게 해서 먹는데 반찬들의 간이 좀 강하다. 그래서 싱거운 순두부와 반찬이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금 남겨놓고는 간장을 넣어서 비벼 먹어봤는데 이 또한 괜찮은 것 같다. 물론 간장도 엄청 짜다.

 

다 먹고 나서 느낀 점은 딱 하나. '아.. 내가 여태까지 순두부백반을 잘 못 먹고 있었구나.'라는 것. 물론 처음에 물어보시는 질문을 봐서 빨간 순두부백반도 있는 듯 하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 손님들이 한두테이블 더 왔었는데 오시는 분들 말투 모두가 강원도 사투리이다. 신경써서 들었는데 100% 이해를 할 수 는 없었지만 오리지널 강원도 사투리를 듣다 보니 나의 선택이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 맛집이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고 나와서 보니 고양이가 한마리 있다. 까만 고양이. 이름도 까미. 사장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 고양이는 카메라를 싫어한다고 한다. 손님들이 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 한장 찍으려고 하면 어찌 알고 고개를 숙이고, 옆을 보고, 다른 곳을 본다고 하는데 내가 들이대니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 봐 준다.

아마 휴대폰이 아닌 카메라는 너도 처음 봤겠지.. ㅋ

그 장면이 신기했는지 사장님이 신이 나셨다. 사진 한장 찍어드릴까요? 라고 여쭤보니 쑥쓰러워 하시면서 까미를 안고 앉으셨다. 여러장 찍어서 사진을 다 보내드리니 이쁘게 나왔다고 하면서 매우 좋아하셔서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고맙다고 사이다도 한캔 주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도 맛있게 하고, 즐거움 하나 얻어가는 매우 기분 좋은 아침식사였다.

강릉에 위치한 '초당고부순두부'. 길에서 보면 조그만 건물에 이상하게 보이지만 거기는 조리를 하는 곳이고 밥을 먹는곳은 별도로 마련이 되어 있다. 너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쾌적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내가 사는 곳과 너무 멀어서 다시 한번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강릉으로 여행가실 분 중에서 우연히라도 이 포스팅을 본다면 그 분에게 좋은 선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