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모이면 4명 그룹이 되는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토요일. 헌혈 후 약간 업무를 보고 약속장소로 가기로 했는데..
백혈구 수치가 부족해서 헌혈 실패. 건강이 안좋다는 것은 아니고 통상 헌혈을 하기 위한 수치가 교과서 적으로 '정상'수치보다는 조금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 건강에 대한 수치는 넘어가지만 헌혈하기는 조금 부족하다는 것. 지금까지 한 세번 정도 연속으로 백혈구 수치가 부족해서 헌혈을 하지 못했다. 헌혈을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 하고 있는 나로써는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했다.
뭐 어쨌든.. 헌혈실패 후 사무실에서 약간의 업무를 보고 약속장소로 출동!
오늘 약속은 정말정말 오랜만에 연극이다. 창원에 거의 뭐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종종 연극을 봤었는데 어느날 이후로 잘 못가게 되었다. 안가려고 안간건 아닌데 뭔가 자꾸 일이 생기고 바쁘고, 다른 약속이 있어서 미뤄지고 이러면서 두편 정도를 놓친 것 같다. 아니, 아마도 러브액츄얼리 공연때 어마어마한 관크를 당한 이후에 발길을 끊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오늘은 연극데이!
오랜만에 갔다는게 티나게도.. 예전에는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라고 한다.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가 젠장젠장 하면서 다시 올라왔다. 시간이 되어 발권을 하고 입장. 우리 일행은 D열이고 뒤에는 사람이 없었다. 곰돌이와 가오나시 뿐.
연극을 한번 본 사람들이라면 확실히 다른 어떤 문화생활보다 고급진 문화생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사람이 적어서 매번 아쉽다. 부산 남포동만 해도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많은 소극장의 스텝들이 홍보 전단지를 나눠 주면서 연극을 보러 오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친구랑 곰곰히 생각을 해 본 결과 인구차이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부산 인구가 대충 340만, 창원 인구가 대충 100만. 꼭 정비례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구 비례로 따지면 부산 정도의 도시에 있었다면 저 뒤에까지 가득 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물론 그 전에 이런 문화생활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는것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오늘 본 연극은 '내사랑 은경씨'. 예전에 이 공간에서 했었던 연극인데 아마 인기가 좋아서 앵콜공연을 하는 것 같다. 제목에서도 사실상 살짝 내용을 예상할 수 있었고, 초중반에 나오는 동일한 뉘앙스의 대사를 두번 반복하는 것으로 역시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살짝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뭐 스포일러고 뭐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다. 특히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님의 뭐랄까.. 생활연기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까나..?
늘 아내와 상의는 하지만 결정은 스스로 하는 상남자 아부지 ㅋㅋ
세 명의 배우 모두 너무 잘하셔서 계속 웃으면서 봤다. 러닝타임 중 감정을 그렇게 왔다갔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역시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소극장에서 꾸준히 봤던 배우님들은 감히 민간인 나부랭이인 내가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예전 작품에서 다른 역할을 하실 때와 비교했을 때 정말 레벨업을 한참 하신 것 같은 내공을 보여 주셨다.
감정이 올라오는 장면에 암전이 되고 나면 여기저기서 어찌나 코를 사발로 마시는지.. 배부르겠다 싶을 정도 ㅋ 그 정도로 울고 웃으며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 오랜만에 연극을 봐서 만족도가 높다기 보다는 오늘 연극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매우 만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석교리를 놓쳤고, 바로 옆관에서는 또 공포연극 '서툰살인'을 하던데 이건 꼭 내리기 전에 가서 봐야지!
뭔가 어쩐지 쑥쓰러워서 공연 후 사진을 잘 안찍는 일행인데 예전에 학교에서 한번 뵀었던 기억이 있어서 사진을 한장 찍고 갔다. 친구 전화기 카메라와 내 카메라 두대였는데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봐 달라고 할껄.. 네명 중 세명은 폰을 보고, 한명만 나를 봐서 사진이 어쩐지 조금 어색해서 아쉽다.
이 포스팅에 함께 한 사진들은 연극 분위기가 분위기였던 만큼 약간 색깔의 물을 뺐다. 뭔가 사진이 흐리멍텅한데..? 라는 생각이 들어도 나의 의도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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