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 3호를 보러 대구 간 날. 오후에 보기로 한 탓에 하릴없이 시간 보내지 말고 낮에 대구 구경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는데 빨라야 한시간 반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구 일정은 점심으로 시작하기로 결정. 어릴적에는 우방타워랜드, 커서는 야구 등으로 대구가 그렇게 많이 낯설지는 않다. 다만, 낮의 대구가 조금 낯설 뿐.

점심 먹을만한 곳을 검색 해 봤는데 먹고 싶은 복불고기나 다른 음식들은 혼자 식사를 할만 한 메뉴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중 가볼만한 곳인 국밥집으로 갔는데 선지국밥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난 왜 당연히 돼지국밥이라고 생각 했을까. 선지국밥을 못먹지는 않아서 크게 거부감은 없었는데 여기가 뭐가 맛있는 맛집이라는 건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완전 맛이 엉망진창이라는 뜻은 아니고 특별하게 다른 선지국밥집과 비교해서 다른것을 잘 모르겠다는 뜻.
조리원에 있어서 바깥 간식이라도 사다 주려고 유명하다는 빵집에 갔는데, 대구는 골목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았다. 운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주차를 잠깐 해 놓기도 힘든 골목에 유명한 가게가 있다 보니 몇바퀴를 뱅뱅 돌았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대구에 올 일이 있으면 차라리 기차를 타고 오는게 낫겠다 싶다.
4시에 3호 목욕시간이라 그 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밥 먹고 나서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어디를 가 볼까 고민을 하다가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로 갔다.

김광석.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가수가 누구냐 라고 물었을 때 처음으로 이름이 불릴만 한 사람이다. 김광석이 태어나서 다섯살 까지 살다가 서울로 이사간 곳이 바로 이 동네라고 한다. 다시 길을 꾸미기 이전에는 그냥 동네 할아버지들 낮에 나와서 장기 두며 막걸리 마시는 그런 골목이었다고 한다.

정규앨범은 하나도 없지만 구입 한 앨범이 김광석 Best(재발매) 앨범. 다행히 휴대폰에 몇곡 동기화 되어 있어서 김광석의 음악을 들으며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산책을 했다.

지하 주차장이 마련 되어 있다. 주차비 1~2천원 아끼려다 벌금이나 기타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주차는 주차장에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잠시 1~2분 정차는 몰라도 주차는 확실히 주차장에 하는게 마음이 훨씬 편하다.
어쨌든,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거대한 기타 조형물. 같은 기타라도 주인을 잘 만난 기타는 참 좋겠다. 내 기타는 한달에 한번이나 치나.. 그것도 실력이나 좋으면 몰라.. ㅠ

길의 초입에 벽화가 시작된다. 길 끝까지 가 보면 거꾸로 걸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김광석과 옆에 선글라스 낀 흑인은 스티비원더라고 그린 것 같고 베이스 치는 백인은 누군지 모르겠다.

김광석거리 안에는 많은 가게가 있었다. 여느 특색있는 거리가 다 그렇듯이 카페나 가벼운 맥줏집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제일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스러운 가게가 바로 이 가게인 것 같다. 기념음반 레코딩 제작이라고 써 놓은 문구도 참 좋았다. 녹음실이라는 것이잖아.. 내 인생목표 중 하나가 데모테이프 만드는건데.. ㅠ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일반인과 외국인들도 한번씩 보였지만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수행평가'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수행평가든 뭐든 지역 학생들이 지역을 돌아보며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소비도 하고 하는 것이 선순환이 된다고 본다.

공사 중이라 구경 해 보지는 못하였지만 무대가 공사 중이다. 원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위에 다시 조형물을 올리는 것 같다. 크레인이 길 한가운데 있기는 했지만 공사 자체가 길을 지나다니는데 크게 방해가 되거나 위험하지는 않아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사진 찍기가 조금 불편했다는 것 빼고.

공사하던 곳 앞에 있는 김광석 동상.

기타를 형상화 한 의자이다. 이런 의자가 중간중간에 많이 놓여 있다. 그리고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앉으면 기타가 몸 앞에 놓이게 되어 기타를 치는 듯한 연출이 가능한 의자도 있었고 이렇게 저렇게 잘 꾸며 놓은 것 같다. 골목을 테마로 해서 상권 살리기가 내가 살고 있는 창원을 보면 참 쉬운것이 아닌데 대구는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런 정책을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김광석 다시부르기에 이은 이어부르기. 딱히 음악과 관련 있는 가게는 아니었고 카페였던 것 같은데 가게 이름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 가게 내부는 일부러 프레임 밖으로 걷어 냈다.

이런 관광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자물쇠 벽.

골목 전체가 '김광석'이라는 인물을 테마로 잘 꾸며진 것 같다. 몇몇 가게는 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인테리어 등이 있기는 했지만 김광석의 팬이라면, 아니 팬이 아니더라도 각종 오디션프로를 통해서 김광석노래가 많이 불려졌기 때문에 그의 노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눈길이 가는 스팟이 제법 있을만 한 거리이다.
다음에 야구를 보러 오든 어쨌든 대구에 한번 더 와서 1박 이상 하게 된다면 김광석 거리에서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고, 김광석의 음악이나 가사를 모티브로 한 가게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 하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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