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생존기'라는 카테고리에 하나의 포스팅을 했다. 내 블로그가 제목에 나와있는 것 처럼 '특별한 주제가 없는' 그런 블로그이지만 나름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는데 사진이 있는 경우 '시간 순'으로 작성한다는 것. 이 원칙을 깬 포스팅이 하나가 있는데 이는 주제를 다시 한번 생각 해 보고 카테고리를 옮겨야 하나 싶기는 하다. 뭐 어쨌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입주일이 다가왔다. 미리 내 놓았던 계약금을 제외 한 나머지 잔금과 전환보증금을 입금하고 나니 이제 진짜 독립을 하는구나 싶다. 2019년 2월 22일부터 최장 8년까지 내가 살게 될 곳은 창원시 진해구 석동에 있는 LH행복주택. 다큐3일인가 거기서 수도권에 행복주택 입주 하는 것을 TV로 보고 괜찮다 싶었는데, 창원에도 생길줄은 생각도 못했다. 월 6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비록 원룸이고 기숙사 같은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독립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 같다. 1
정말 우연히도 모집자 공고를 보고 서류를 꼼꼼히 준비 해서 제출 했다. 그리고 시간을 기다렸는데 당첨..!! 주택청약은 금액 뿐 아니라 횟수도 중요한데 횟수를 전혀 인식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사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경쟁자가 별로 없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더라.
내가 생활하게 될 곳은 16A형. 공용면적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 내가 생활 하는 공간만 16.95제곱미터. 평형으로 계산하면 다섯평 정도? 좁다면 좁지만 일주일 조금 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혼자 살기는 딱 좋은 것 같다. 사실 대학생 계층, 청년 계층 중에 26A형 이라는 26.79제곱미터의 투룸형식으로 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16A형이 186세대인 반면 26A형은 단 60세대. 후달렸다.. 소신지원이 아닌 안전빵으로 지원 한 것이 당첨에 좋은 영향을 미쳤던 듯.
이사를 오기 전날인 21일. 집에 하루종일 방 정리를 했다. 각종 버릴 물건들 다 버리고, 묵은 먼지들 싹 걷어내고 하니 책, 종이박스 등 재활용품은 별도로 하고도 100리터 쓰레기 봉투에 1.7봉지 정도가 나오더라. 그 와중에 발견한 추억거리.
이건 아마 유치원 졸업이겠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지금 일을 하면서 수없이도 많은 학사모를 보는데 이 사진 참 재미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왼쪽이 나, 오른쪽이 동생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 다시 봐도 웃기구만.. ㅋ
이 사진 역시 동생사진. 오래 전에 장가 간 동생 짐이 어찌나 많은지.. 집 나갈 때 싹 정리해서 좀 치우고 가지.. ㅋ 이 사진을 보면서 웃겼던게 가운데 사진은 조카 1호랑 정말 똑같이 생긴 것 같아서 웃기다 ㅋ
이렇게 저렇게 하루종일 걸려서 짐 정리를 끝내고 나니 정말 허리가 끊어질 것 처럼 아프다. 부여잡고 겨우 잠을 자고 일어나서 대망의 이삿날. 아버지께서 일 하시는 중간에 나와서 한짐 옮겨 주시고, 나는 내 차로 박스 종류 사부작 사부작 옮기기 시작.
13시 정도 되니 들어 올 짐은 다 들어왔다. 물론 침대랑 의자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기는 하지만.. 35년 정도를 생활하면서 생긴 내 짐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실 두박스 조금 넘게 모아 놓은 CD들이 아니었으면 짐이 더 줄었을 듯.
요즘은 CD를 구입 안한지 좀 되기는 했는데, 참 많이도 사다 모았다. 중간에 잃어버린 것, 빌려주고 못 받은 것들도 합치면 더 많을 것 같기는 하다만도.. 정말 하고싶은 것 중 하나가 장식장을 구입해서 내가 모아 놓은 CD들을 다 정리하는 것 이었는데 위에 잠시 이야기한 것 처럼 집이 좁아서 장식장을 구입해서 넣을 생각도 못했다. 결국 이 CD들은 고민 하다 신발장 속으로.. 참 특이한게 신발장이 너무 크다. 현관에 전신거울이 있고 그 뒤가 신발장인데 벽 높이가 다 신발장이 되어 있어서 다 모아봤자 정장구두 포함해서 여섯켤레 있는 내 신발을 넣고 나니 공간이 많이 남더라. 마침 적절하게 칸칸이 되어 있어서 신발장에 CD를 정리 하기로 마음 먹고 넣어보니 총 층이 9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3개를 차지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순서대로 정리 하고 나면 멋지게 사진 찍어서 별도 포스팅을 하나 해야겠다.
집을 나와서 독립을 하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 할 것 투성이다. 원룸형이다 보니 집 안에 쓰레기는 어지간하면 놔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쓰레기봉투도 다 돈이기 때문에 재활용 되는 쓰레기는 최대한 재활용으로 해서 그냥 버려야 하게 됐다. 2
엄빠랑 같이 살 때는 당연했던 것 들이 혼자 살게 되니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집안일은 나름 잘 도운다고 생각 했는데 언젠가부턴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일정기간 마다 내 방은 당연히 쓸고 닦고 청소가 되어 있었고, 당연히 방에 쓰레기통도 비워 져 있었고, 당연히 먹고 나서 씽크대에 담궈만 놓으면 설겆이가 되어 있었고, 냉장고 문을 열면 당연히 먹을것 들이 있었고, 차려먹기 귀찮으면 당연히 있는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됐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내 공간은 내가 청소를 해야 하고, 쓰레기도 내가 분리수거 해서 생각날 때 마다 밖에 내다 놓아야 하고, 뭐 하나 먹고 나면 냄새가 많이 나니 설겆이는 바로바로 해야 하고, 냉장고 문을 열면 먹을 것이 없어서 '대충 냉장고 안에 있는걸로 밥 먹었어요'라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고, 라면 하나, 물 한잔도 별도로 준비를 해야 하게 되었다. 나새끼는 정말 집 안에서 쌀이나 축내는 쌀벌레정도 였던 것 같다.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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