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학기 까지 같이 근무 했던 사무실에 한 선생님이 독거노인 굶어 죽을까봐 선물로 줬다. 조금 알아보니 MRE인 줄 알았는데 약간의 바리에이션이라고 해야 하나..? 훈련용 MRE인 것 같다. 실제 전투하는 병사들이 먹는 식단과 훈련용, 혹한기용, 난민용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지 몰랐다. 우리나라 전투식량도 이렇게 다양하게 구성이 되어 있을까나?
쉬는 일요일, 잠에서 깨어 뭘 먹을까 고민 하다가 MRE가 민간의 손에 들어왔으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봉지를 뜯었다.
패키지 사진을 하나 찍어 봤다. 뭔가.. 밑에 적혀 있는 문구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U.S. GOVERNMENT PROPERTY COMMERCIAL RESALE IS UNLAWFUL
짧은 영어이지만 해석을 해 보면 '정부재산이니 민간판매는 불법이다.' 정도가 되려나..?
뭐 일단 나는 '구입'하지 않았으므로.. 라고 생각 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어보자.
숟가락이 들어 있는 비닐팩의 구성품이다. 숟가락, 티슈, 소금, 후추, 물티슈, 설탕이 있고 커피와 커피메이트(우리는 보통 '프리마'라고 말하는 그것)로 구성이 되어 있다. 이 패키지가 MRE라고 생각 해 보면 야외활동 중에서는 당연히 손이 더러울 수 밖에 없다.
즉, 흰색 포장지인 Fresh Nap을 이용해서 식사 전 손을 깨끗이 닦으라는 소리인 것 같다. 제일 먼저 뜯어서 펼쳐보니 딱 손바닥 크기 정도. 그리고 뭔가 매우 낯익은 냄새가 나는데 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여튼, 알콜이 적당히 묻어 있는 손 닦기에 특화 된 '냅킨'이다.
처음 뜯은 것은 AppleSauce.. 응..? 지금 보니 소스.. 소스.. 아하하하하하하하. 난 왜 저걸 주스라고 생각 했을까.. 어쩐지 너무너무너무너무 진짜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달더라.. 고열량이 필요한 전투시 먹는 음식들이니 일부러 당을 많이 넣었나.. 라고 생각 했다.. 하..
이래서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나보다. 부끄럽지만 사과주스인 줄 알고 컵에 따라서 마셨다. 점도가 높고 너무 달아서 사과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생각이 들었으니.. 자세하게 읽어보지 않은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 하겠나.
메인메뉴이다. 왼쪽에 보이는 녹색은 발열팩, 가운데 회색은 메인메뉴, 오른쪽에 종이박스는 뜨거우니까 저기에다가 넣어서 손으로 들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발열팩에 메인메뉴를 넣고 밑에 조금 물을 채워서 약간 기울여 놓으면 열이 발생하고 음식이 데워진다. 메뉴얼을 보니 한 15분 정도 저렇게 두라고 해서 그 동안 다른 메뉴들을 뜯어 보기로 했다.
아, 그리고 군대 있을 때 먹었던 한국형 전투식량은 뜨거운 물을 넣거나, 찬물을 넣어서 '불려'먹는 것이었다. 전역하고 후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형 전투식량은 무슨 끈을 잡아당기면 열이 나는 발열팩이 들어 있다고 하던데 아마 이것과 비슷하지 싶다.
간식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프레즐과 (아마도)체다치즈 맛 크래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생각 해 보니 이 녀석들을 위에 사과소스에 찍어 먹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조금 흘러 메인메뉴가 완성 되어 꺼내서 접시에 담고, 프레즐과 크래커도 별도로 접시에 담았다. 메인메뉴는 고기인데 양념이 어느정도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맛이 있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앞서 숟가락 포장 안에 들어 있었던 소금과 후추를 곁들여 먹었다. 그래도 맛은 없었다.
프레즐과 크래커는 너무너무 건조해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콜라 또는 맥주를 부르는 맛이라고 할까나..? 그렇다고 마른안주급으로 퀄리티가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목이 말라 마실 것이 필요하다 정도가 되겠다. 특히 프레즐은 소금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서 좀 짜다. 크래커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그런 맛.
그 다음은 모카 카푸치노. 커피.. 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음료인 것 같은데 초코우유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가운데 가로로 선이 있는 이유는 아마 물을 저기까지 넣으라는 것 같아서 물을 저기 만큼 채우고 힘차게 쉐낏쉐낏. 위에 주둥이가 지퍼락 처리가 되어 있어서 밖으로 새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꼼꼼한 양놈들..
이 역시 달아서 벌컥벌컥 마시기가 힘들었고, 옆에 까 놓은 프레즐과 크래커와 함께 겨우겨우 넘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피.. 안으로 습기가 들어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커피는 한 덩어리로 붙어 있었다. 인스턴트 커피라고 하면 보통 가루로 되어 있는 맥심 같은 느낌으로 생각 하지 않은가..? 아 어쨌든.. 커피에 물을 타서 휘휘 저어 봤는데 저 색깔만큼 써서 같이 들어있던 설탕 두 봉을 다 넣어서 먹었다.
여기서 나의 멍청함이 한번 더 빛을 발했는데.. 옆에 coffee mate라고 적혀 있던 포장을 보통 이야기 하는 '믹스커피'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커피는 카누와 같은 블랙커피로 생각을 했었고. 일단 절반은 맞았는데 coffee mate는 믹스커피가 아닌 우리가 통상 말 하는 '프리마'였던 것. 나는 '양놈이니까 블랙(아메리카노)커피처럼 먹던가, 아니면 믹스커피를 먹던가 선택 하는건가..?'라고 생각 했다. 하.. 똥멍청이. 커피메이트 그래도 한번 먹어 볼거라고 물을 부어 봤는데 살짝 마셔보고 바로 버림.
MRE니까 전체적으로 당연히 맛으로 치면 정말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였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MRE인 만큼 비 오는 휴일 별 일 없이 있었던 나에게는 매우 완벽한 한끼였다고 본다. 훌륭한 한끼를 대접해준 선생님께 사랑과 존경!
동결건조야채비빔밥이 먹고 싶은데.. 한번 구해다가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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