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한지 언 꽉 찬 7개월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횟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뭔가를 해서 먹어보자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고, 명절때 이래저래 생긴 상품권으로 지난번 장보기할 때 각종 기본양념들을 구입 했었다.
그리고 오늘 문득 된장찌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퇴근길에 사 온 재료. 여기서 소주가 보이는 것은 기분탓이다.
딱 1끼 먹고 치울 정도의 양으로만 하고 싶은데 재료는 1인분씩 판매를 하지 않더라. 청양고추도 제일 작은게 저 정도, 애호박도 '다행히' 한개 단위로 팔지만 한번에 다 넣기는 많고, 양파도 작은 한망이 다섯개 정도로 판매 하고 있었다. 예전에 부서 워크숍 가서 청양고추 다지기를 맨손으로 하다가 다음 날 하루 종일 손이 매워서 식겁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장갑을 끼고 손질을 했다. 두부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고르는 중 1kg의 양인데 다른 두부보다 싼 값이라 냉큼 줏어 왔다. 야채 손질이 끝나고 두부 포장을 뜯었는데.. 하.. 어찌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뭐랄까.. 거북이 물 몇일 된 냄새가 났는데 가만히 보니 유통기한이 딱 마지막 날. 버려야 하나 고민을 잠깐 하기는 했는데, 푹 끓이는건데 괜찮겠지 뭐..
다이나믹듀오가 부른 '어머니의 된장국 feat. Ra.D'를 틀어놓고 재료손질 시작.
양파, 고추, 호박 등을 당일에 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끓이기 전 일단 다 손질 해 놓는걸로. 만약에 인터넷이 안되었다면 아마 몇일 후 다 상해서 버렸을텐데.. 즉, 남는 재료는 장기적으로 보관을 해야할 것 같아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봤는데, 여기저기 사용하면서 한줌 넣으면 되는 청양고추는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는게 제일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파는 껍질을 깨끗이 다 까고 공기와 닿지 않게 랩으로 하나하나 감아서 냉장실, 호박도 사용한 만큼 빼고 랩으로 감아서 냉장실에 넣어뒀다.
칼질이 서투르고, 씽크대 자체가 많이 좁다보니 재료 손질에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퇴근하고 장 보고 도착한 시간을 늦게 잡아도 한시간은 걸린 듯? 백종원 아저씨 처럼 탕탕탕탕! 이렇게 칼질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선을 잘 맞춰서 하나하나 하는 수준. 칼도 크게 쓸 일이 없다는 생각에 저렴이로 샀더니 잘 들지도 않는 것 같고.. 명인은 장비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제일 어이가 없었던 것은 두부. 구린 냄새가 나는 물을 버리고 새 물에 씻으려고 물을 틀었는데 구멍이 숭숭숭숭 나고 다 부서지기 시작했다. 물빨이 너무 강한건지, 두부가 오래되어서 그런건지 알 수가 없지만 너무 당황스럽더라. 남는 검색한 대로 깨끗한 물에 잠기도록 담아서 밀폐용기에 넣어서 냉장고 보관. 하루에 한번씩 물을 갈아주라고 하는데 이거 뭐 물고기도 아니고..
딱 1인분용으로 대충 가늠해서 양파와 호박을 준비했다. 물 양은 라면 1개 정도. 엄마찬스를 쓰니 그냥 된장 넣고 이것저것 넣고 끓이면 된다고.. 된장 양은 숟가락 한숟가락 하면 된다 해서 딱 저 정도.
물에 된장 풀어서 끓기 시작하면 야채 넣고, 한숨 더 끓이고 먹으면 된다. 라는 간단한 메뉴얼이 있었는데 두부 열었을 때의 찝찝함이 생각이 나서 조금 오래 끓였다. 그리고 끓이면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차돌박이라도 사 왔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 된장에 미더덕이 든 것을 좋아해서 야채 구입할 때 옆에 보이던 오만둥이를 살까 생각을 조금 했었는데 음식물쓰래기 생기는 것이 너무 싫어서 패스 했었다. 어차피 양파껍질 등 버리러 갈텐데 그냥 사 올껄 그랬다.
불을 빼기 직전 청양고추를 조금 넣었다. 아니 제법 많이 넣은 것 같다. 재료 손질할 때 미리 썰어 놓았더니 양 가늠이 안와서 살짝 한줌보다 조금 적게 넣었는데 이게 양이 많았나보다. 넣고 나서 좀 많이 넣었나 싶었는데 역시나 첫 입맛은 맵다. 그런데 이게 뇌이징인지 모르겠지만 먹을수록 괜찮더라.
물 양은 라면 1개 분량으로 해서 딱 한끼 먹고 치울 계획이었는데 이것저것 재료가 많이 들어다가 보니 한냄비가 되더라. 열심히 퍼 먹었는데 밥 한공기 비우는 동안 정확하게 절반정도 클리어. 결국은 두끼분량이 되어 버린 된장찌개.
이래나 저래나 라면이나 계란후라이 등을 제외 한 '요리'라고 이름 붙일만 한 첫 번째 도전이었는데 뭐.. 100점 만점에 60점 주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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