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기록장/여행

한가로운 행암마을

hwangdae 2019. 11. 1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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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포스팅은 창원시 블로그에 보내려고 했었다. 한 달에 한번씩 월말에 다음에 포스팅 할 주제를 선착순으로 올리는데 기가 막히게 행암을 포스팅 하겠다는 블로그기자분이 있으셨다. 내가 댓글을 달기 전에 먼저 달으셔서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그냥 다 날려버릴까 하다가 사진 찍은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 개인적으로 내 블로그에 올리는걸로..

내가 어릴적(통합 창원시가 되기 전)의 진해시는 웅동, 용원쪽은 그렇게 사람이 많이 살고 있지 않고 후미진(?)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행암(그 뒤의 수치나 합계 정도 까지)은 진해의 동쪽 끝 정도로 인식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용원이나 남문쪽은 사람도 많이 살고 한다. 그래도 뭔가 그 쪽으로 가기에는 대로를 타고 운전을 몇십분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행암은 아직까지 마음 속의 진해 끝인 것 같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행암이다. 종점이기는 하지만 버스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끝까지 가서 내리면 되는 곳이기 때문에 자차를 운용하지 않더라도 접근성이 좋은 곳 같다. 물론 진해구 자체가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용원/남문 쪽을 떼 놓고 생각 하면)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행암은 바닷가 옆에 있는 철길로 제법 유명한 것 같다. 그리고 한적한 동네이기 때문에 조용하게 바다를 보며 철길 위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진해를 가로질러 나 있는 이 철길은 민간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예전에 군항제 기간에는 벚꽃열차가 운행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군항제 기간에도 사용되지 않는 철로이다. 그래서 기찻길은 있지만 기차가 다니는 것을 보기가 매우 어렵다. 아마 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운이 좋으면 기차가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새벽까지 힘차게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다 보면 한번씩 철길 위를 매우 느리게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다.

바로 군용 기차인데 위장막으로 가리고 있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K9 자주포 아니면 LVT가 아닌가 싶었다. 해군이 천지인 진해에도 해병이 주둔하고 있기는 하다. 물론 상륙작전을 하는 부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억에 궤도차량을 기차 한량에 한대씩 싣고 사람이 적은 새벽에 달리는 기차를 본 기억이 종종 있다. 위 사진 중 역광사진에 보이는 철조망 너머가 바로 부대이다. 내가 봤던 그 기차들의 목적지가 저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말 오래전에 데크로드를 처음 봤을 때는 참 신박했는데 이제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데크로드가 행암마을에도 있다.

크게 특이할 것도 독특할 것도 없지만 데크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듯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나온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두 사진이지만 역광과 순광의 느낌 차이는 너무 많이 난다. 고수들은 역광 사진도 잘 찍겠지..? 내공을 쌓자. 뭐 어쨌든 날씨가 너무 좋았다.

진해구 자체가 반원으로 만을 만들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보면 반대쪽 끝이 보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즉, 높은곳에 올라가서 한 눈에 조망하지 않더라도 한 도시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다는 그런 느낌.

데크로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어 한번 내려 가 봤다. 파도 치는 바다를 정말 코 앞에서 까지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바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조개가 하나 보인다. 입도 꽉 다물고 있고 살짝 들어서 흔들어 보니 묵직한 것으로 보아 살아있는 녀석인 것 같다.

그리고 나와서 바로 보이는 입간판을 보니 바지락 양식장이란다. 손에 들고 사진을 찍은 저 바지락조개는 양식장의 재산인걸로..

구름이 많은 날이기는 했지만 날씨가 정말 좋았다. 날 좋은 오후 바닷가에 묶여 있는 고깃배들이 한적해 보인다.

진해는 위 사진에서 보듯 '진해바다 70리 길'이라는 제목으로 바다를 끼고 걷기 좋은 즉, 걷는 해안도로를 꾸며놓고 있다. 물론 따라가다 보면 걷기에는 조금 위험한 곳도 있고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자연을 활용한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제주 올레길과 같은 정도의 네임벨류를 가지고 있는 길은 아니지만 각 구간별로 나뉘어져 있고, 길이 및 걸리는 시간도 대략적으로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은 구간별로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소위 캠핑이라는 것이 유행 한 이후로 부터 텐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고, 어딜가든 텐트를 쉽게 볼 수 있다. 행암도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제법 유명하지 싶다. 지금 위 사진에는 하나밖에 없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해 보도록 하자.

사람들이 제법 찾는 행암마을이기는 하지만 도로는 한가하다. 차들이 빡빡하게 많지도 않고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질서정연하게 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번잡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차를 추자 잘 해놓거나 버스를 타고 도착하더라도 길을 따라 한시간 정도 투자해서 왕복으로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인 것 같다.

다 좋았지만 딱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 텐트가 정말 많이 있다. 사진으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지만 작아서 보이지 않는 저 멀리 아주 그냥 빽빽하게 텐트가 늘어져 있다. 주말에 한가로운 휴식을 원하는 시민들이겠지만 이렇게 바다와 바로 붙어있는 곳을 텐트로 막고 있으면 지나가기도 조금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종특인 술. 여기 설치 되어 있는 텐트의 90% 이상에서 무언가를 구워 먹으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입해서 온 고기종류, 바로 낚시로 잡아 올린 생선 등등..

물론 바로 위에 인도가 있기는 하지만 한 발이라도 바다와 가까이서 걷고 싶은 사람들은 그 기회가 거의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그런 느낌이랄까나..? 구청에서 구역을 나누어 아예 캠핑장으로 개발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이다.

길 가운데 쯤 있는 부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긋하게 걷기는 했지만 약 한시간 정도.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바다를 끼고 한시간 정도 산책하고 싶을 때 행암마을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 깔끔한 화장실은 아니지만 화장실도 있고, 간단하게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푸드트럭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커피 한잔씩 사 들고 와서 시간보내기 좋은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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