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마음

[내려놓기 ep. 2]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hwangdae 2021. 11. 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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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은 감성, 정직은 이성

솔직히 좋은 말의 신호는 아니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할게요'와 같은 말이 나온다면 그 뒤는 긍정적인 말이 나올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 A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기간 동안이었지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 A가 '솔직하게'로 시작 한 대화는 딱 두 번 있었다. 당연히 이 두 번 모두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한 번은 지금 본인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아무런 확신을 줄 수 없다는 미안함이 섞인 듯 한 고백, 또 한 번은 이제 더 이상 나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이별의 통보. 뭐.. 따지고 보면 정식으로 사귀지도 않았는데 이별의 통보라고 하니 말이 이상하기는 하다.

 

둘 다 머리가 하얗게 되었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연애 경험이 적으니까 이별의 경험도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마치 기능이 고장 난 전자 기계처럼 멈춰 버렸다.

 

공감과 배려

처음의 '솔직하게'는 어찌해야 할 줄을 몰라 어설프게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주제를 회피하려 했다. 그런데 그날 A는 연락이 없었고, 나는 조급해져서 이별통보로 받아들였다. 바보같이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 버렸다. 하지만 후에 A는 이 날이 연락할 분위기나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이별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 했는지.. 상황이 그랬다는 A의 말을 듣고 안심을 했었는데 그때 또 너무 가볍게 이야기를 해 버렸다. 무거운 분위기가 불편했었으리라.

 

두 번째의 '솔직하게'는 A의 이별통보였다. 내가 또 이해를 못할 것 같았는지 매우 상세하게 이유를 적어서 통보를 해 주었다. 어떤 날 이후로 우리 사이의 분위기가 매우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노력하고 잘하면 다시 하루에 몇 시간씩 통화하고 대화하던 그때로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A는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 지금 본인에게 내가 해 줬으면 하는 부분을 예전부터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일부러 회피했다. A는 공감이 필요했고, 배려가 필요했고, 지금 기댈 곳이 필요했는데 나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 누구보다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A에게 나는 나의 이야기만 했다. 하루하루 시시콜콜한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A에게 부담이 되었다. 후회가 된다. 왜 그랬을까.

 

지금 나는 너무 힘들어

A는 정말 힘든 상황 속에 있었다. 그리고 힘들다는 신호를 나에게 보내면서 그 힘듦을 오롯이 홀로 버텨내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에 대해서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되어주지 못할망정 가녀린 어깨에 짐만 더 얹고 있었다. 나의 행동과 말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전략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두 변명일 뿐이다. 나는 힘듦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A를 이해하지 못했고.. 아니, 이해하지 않았고, 배려하지 않았다.

 

두 번째의 '솔직하게' 이후 A는 더 이상 나와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A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을 하는 듯하다. 집착처럼 보이지만 한 때 뜨거웠던 나는 식는데 오래 걸리니까 어쩔 수 없다.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정리해야 하고, 누가 도와줄 수도 없다.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발걸음을 보면 다른 사랑의 등장으로 잊혀지지는 않을 것 같고, 시간이 얼른 지나며 흐릿해지고 담담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글을 쓰며 A를 추억하는 것도 나름 식어가는 과정이다.

 

한참 좋았던 시간   , A 나에게 일정을 하나 알려 주었다. 중요한 일정이었는데  일정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정이기도 했다. 9월 중순 정도..  날이 얼마 전에 지났다. 진행되었던 일을 확인받는 것이라 아마 별일 없이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로 인해서 그동안 A 너무 힘들어했다. 그렇다고 힘듦이 났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 A 이로 인하여 종종 주위에서 관심과 위로를 받게 될 것이고, 이를  담담하게 견뎌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이 끝나면 고백을 하려 했는데 이제는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초라하고, 속상하고,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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