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기록장/일상

퍼실리테이터 교육 1일차

hwangdae 2022. 3. 21. 22:31
728x90
반응형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지만 학부때 부터 자격증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 했었다. (개코도 잘 하지도 못하면서)언어는 읽기 쓰기 보다는 말하기 듣기가 중요하다고 생각 했었다. 또한 PC활용에 대해서는 (시건방지게도)자격증 있는 사람보다 내가 더 잘 한다고 생각 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잠시 취업준비를 할 때 내가 아무리 잘해도 그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자격증’이 없다면 지원자격 조차 안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나의 태도가 변화하지는 않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농산어촌을 찾아 가면서 의견을 모으는 퍼실리테이션 작업을 많이 한다. 이 때 관련 자격이 없다 보니(대표님은 있으시지만) 외부 강사를 주로 이용 했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비용절감이 더 될 것이라는 판단에 24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진행 하기로 대표님께서 결정 하셨다. 1인당 비용도 상당히 들어가는 교육이었는데 회사에서 전액 부담 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이 주말(토, 일, 토)을 희생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뭔가 배운다는 느낌에 어쩐지 약간은 설랬다.

주말 아침부터 출발 해서 도착한 대구. 헙동조합 소이랩이라는 곳에서 교육을 주도 했는데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매우 유쾌한 기업이었던 것 같다. 소이랩의 대표님은 국제퍼실리테이션협회(IAF)의 교육을 수료했다는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신 듯.

처음보는 사람들과 모였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Ice Breaking. 어떤 방법을 써도 외향적인 성향인 사람들로 모인 집단이 아닌 이상은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 모두 목적성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Ice Breaking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 000은/는 000 좋아하는 000 사람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나 황대성은 이것저것을 좋아하는 넓고얕은 사람이다’라고 적었던 것 같다. 사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제법 고민이 되는 실습이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해 본적이 있던가. 시작부터 상당히 흥미를 훅 하고 당기는 질문이라 집중이 잘 되었다. 앞으로 나도 이런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면 처음에 써 먹으면 좋겠다 싶은 상당히 좋은 인사이트를 받았다.

기존 업무를 할 때 퍼실리테이터들은 항상 포스트잇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환경이나 자원낭비에 제법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수많은 포스트잇들이 상당히 아까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을 받고 나니 설계를 잘 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만 한다면 매우 효율적인 도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포스트잇들이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동으로 연결되어 작업을 할 수 있는 비슷한 소프트웨어와 디바이스가 각각에게 주어진다면 상당히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각자 A4용지에 손으로 썼었던 활동. 간단해 보이는 샌드위치 만들기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으는 퍼실리테이션 활동에서 상당히 제한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활동이었다.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방법과 각각 종이에 펜으로 적는 방법. 깊이는 종이에 적는 것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것이 각각의 의견을 수월하게 그룹화할 수 있고 눈에 띄게 모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강의장 뒤에 놓여 있었던 Parking Lot. 수업 중에 묻기 애매한 물음이나 소심한 마음에 질문을 못했던 경우 쉬는 시간에 살짝 붙여 놓으면 해당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준다.
궁금한 것이 있더라고 소심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질문을 하지 못하고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테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장소가 아닌가 한다. 어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나.. 사람들은 참 똑똑하다는 말이지..

그 이후로도 진행 되었던 다양한 1일차 교육. 세부적인 교육 내용을 일일이 이야기 하면 소이랩에 노력을 그냥 펼쳐놓는 것 같아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면 안될 것 같다.
오랜만에 진득하게 앉아서 교육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람찬 하루가 마무리된 것 같다.

첫 주는 토, 일 연속 교육이었기 때문에 대구에 방을 잡았다. 술 좋아하시는 대표님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대구 하면 막창! 한 막창집을 갔는데 수저통을 보자마자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런 조그만 센스가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 해 주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좋은 Ice Breaking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