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마음

어른을 만났다

hwangdae 2019. 7. 1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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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정에 없었던 저녁식사를 하면서 어른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머릿속에 계속 맴돌고 지금까지 잠이 오지 않게 만드는 대화가 있어서 기록 해 놓고 싶어 이 시간에 잠시 짬을 내 본다.

 

성공한 직장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 은행의 투자증권회사의 임원직. 내 블로그 개코도 없어서 그 분의 신상이 털릴리는 없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어쨌든 이 동네(시 단위가 아님) 각 지점들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으신 분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 처럼 예정에 없는 저녁식사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정확한 워딩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기록 해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졸업 할 때는 좋았어요. 졸업하고 직장을 구할 때 두세군데 합격 해 놓고 군대를 가고 그랬거든. 그 때 과연 우리가 잘나서 그랬나? 아니야. 나보다 1~20년 먼저 사신 선배들이 터를 잘 닦아 놓아서 그 덕을 내가 본 것이지. 열심히 터를 잘 닦아 놓았고, 때마침 경제가 호황이라 인력들이 많이 필요 한 상황이었던 것이고, 그 타이밍을 잘 잡은거죠. 그래서 항상 나는 그 선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청년들이 취업이 잘 안되고, 인턴이랑 비정규직을 방황하는거? 그거 우리세대가 다 잘못 해 놓아서 그런거에요. 그걸 보고 열정이 없다, 노력이 부족하다, 개인주의 성향이 있다? 우리때는 안그랬다? 그건 정말 말이 안되는 것이죠. 현재 내 나이때 되는 사람들이 터를 잘 닦아 놓지 못한 것. 그것을 왜 청년들 탓을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저시급 10,000원? 그걸로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기업들이 힘들다? 그것은 사장님들이 반성 하셔야 합니다.

하여튼 부의 균형을 좀 조절해야 할 필요는 있어요.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우리나라도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와 같은 그런 시위가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있습니까?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 줘야지. 요즘 시위 뭐 어렵습니까 트위터 같은데 공감만 얻으면 금방 모이잖아요?

 

평소에 궁금했던 마이너스 금리의 독일국채에 대해서 물어보다가 이런 이야기로 흘러갔다. 식사자리에서 오갔던 수 많은 이야기 중의 하나지만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어른들과는 결이 달랐다. 약간 내가 적은 워딩이 정치적인 느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정치색깔이 들어간 대화는 아니었다. 애초에 평소 같이 대화를 하다 보면 보수쪽에 더 가까우신 분이고, 증권투자 계열로 일을 하시는 분(즉, 상경계열 업무)은 업무 특성상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성향을 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그런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닌 지금까지 기간제근로자 또는 비정규직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의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물론 될놈은 되고, 열심히 한 사람은 아무리 경기가 어렵고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 자기자리 찾아간다. 하지만 요즘같이 어려운 시대에 자기 탓, 내 노력이 부족한 탓, 집안 사정 때문에 공부나 취업준비에만 열심히 하지 못한 탓 등등등.. 비록 나 혼자의 앞에서 하신 말씀이지만 이 시대의 많은 청년들에게 마치 '우리가 미안하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묘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지금 이 어렵고 짜증나는 현실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으로 작성하는 글은 결코 아니다. 나름 내 인생의 르네상스시기에 그 현실에 너무 안주했고, 그 결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요즘 문득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 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것 같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조금의 위로가 되는 말을 나보다 1~20년 먼저 사신 인생선배에게 들었다는 것이 너무 마음에 위로가 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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