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막입

진주 하연옥 냉면

hwangdae 2017. 3. 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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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하고 상갓집을 갔다 왔다. 지금은 그만 뒀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 하던 직원의 부친상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가지 못하는 후배 하나 빼고 다른 후배 하나와 퇴근 하고 진주로 출발. 막히는 시간을 두고 30분 정도 늦게 출발 했지만 여전히 시원시원하게 달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진주까지 가는 길이 넓고 좋아서 금방 갈 수 있었다. 도착 후 조문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였다. 뭐랄까..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고, 식사가 마쳐갈 때 즈음 나누던 대화들도 적당히 떨어진 상태라 우물쭈물 하다 갈 길이 멀어서 이만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고인이 되신 분에게는 명복을 빕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 진주까지 상갓집에 왔다가 그냥 가기는 조금 아쉬웠다. 창원과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시간 남짓 차를 달려서 도착 했는데 아쉬운 것은 당연하 것이리라. 일행이 없었으면 진주에 있는 지인과 커피나 한잔 할 텐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고 뭐라도 조금 더 먹고 창원으로 돌아 가는걸로. 물론 방금 상갓집에서 밥 한그릇 국에 말아서 먹었지만 과식이다 싶더라도 맛이나 보는걸로.


진주 하면 생각 나는(또는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면 육회비빔밥[각주:1], 장어구이[각주:2] 그리고 냉면일 것이다. 진주에서 육회비빔밥은 두어번 먹어 보기는 했지만 도대체 이게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 들어가는 육회의 질이 좋아서 그런지 육회는 보일락말락 얼마 들어 있지도 않고 뭐 그 정도? 그래서 냉면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결정. 냉면도 사실 두어번 먹어 봤는데 맛이있다!! 까지는 아니지만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주의 냉면집 중에서 제일 유명한 집이라고 하면 아마 '하연옥'일텐데, 사실 하연옥 냉면이라고 하기 보다는 진주식 냉면집 중 가장 유명한 곳이 하연옥이라고 하면 조금 더 자연스러울 듯 하다. 


면에 흑메밀이 들어 가 있어서 메밀향을 가득 느낄 수 있다고는 써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쫄깃한 식감을 다들 좋아하다 보니까 점차 메밀의 함유비율이 줄어들어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면도 면이지만 이렇게 국물 안에 면이 들어 있는 요리는 나 같은 경우는 사실 육수(국물)맛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요리는 개코도 모르지만 냉면 육수는 소고기 양지를 써서 주로 만든다. 냉면 위에 한조각 올라 가 있는 그 고기가 바로 육수를 우려낸 후에 잘 삶아진(?) 고기인 것. 하지만 진주 냉면은 이러한 양지육수에 갖은 해물이 들어가서 육수 맛이 독특하다. 약간 비릿한 냄새도 나는 정도라고 할까나..? 먹어보면 '아..! 해물이 들어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독특한 맛 때문에 일반적인 냉면으로 생각 하던 사람들의 호불호가 강하게 갈린다고 한다. 뭐 어쨌든..



메뉴판. 아래에 자신있게 적혀 있다. '한 분이 한 가지 메뉴를 주문하셔야 합니다.' 뭐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정말정말 싫어하는 종류의 멘트. 각 1메뉴를 시키든, 위장이 작아서 한개로 둘이 갈라먹든 뭔 상관이여..


어쨌든 냉면이라는 음식 자체가 조금은 고급진(?) 음식 아니던가. 냉면이 비싸서 대체음식으로 나온 음식이 밀면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어느 냉면가게를 가든 육수가 많이 들어가는 물냉면 보다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비빔냉면이 조금 더 비싸다. 면 요리는 국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냉면은 물냉면을 먹는 나는 당연히 물냉면. 같이 간 후배는 비빔냉면. 이렇게 주문을 하는데 주문을 받으시는 분이 '육전과 함께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라고 하고 마치 육전도 같이 시키라는 듯 앞에서 버티고 있는다. 그래서 '방금 밥 먹고 왔는데 냉면 먹고 싶어서 또 온거임.'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돌려 보냈다. 이것도 참 기분이 별로인게.. 육전이랑 같이 먹으면 맛이 있는거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얇게 한접시 깔려 나오는 '전'에 2만원 가까운 돈을 투자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배도 부르기도 하고 사실 냉면 안에도 육전이 들어 있잖아?


음식점 가면 내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먹지 않는다면 알려 주는 것은 좋으나 제발 이거 시켜야 하니, 저것도 같이 시켜야 하니 하는 그런 강요의 느낌적인 느낌은 겪고 싶지 않다. 육전도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종업원의 말은 '2만원도 없냐 그지새꺄?'라는 뉘앙스로 들렸으니.. 종업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주인장이 그렇게 한마디 하라고 교육을 시켰겠지 뭐.



약간의 기다림 후에 나온 냉면. 맛은 뭐.. 당연히 맛이 있지. 냉면집 가면 나오는 저 무우김치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 냉면은 저 김치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 자체로 상당히 맛이 있다. 그리고 위에서 잠깐 언급 하였듯이 육수가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에 식초와 겨자를 넣으면 육수의 느낌이 확 죽어 버리고 일반적인 식초+겨자 냉면 맛으로 변하고 만다. 혹시 아직 진주에서 냉면을 먹어 보지 않으신 사람들이 우연히라도 이 포스팅을 보고 나서 맛을 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식초와 겨자는 넣지 않고 먹어 보시길.


어쨌든 결론은 메뉴판과 종업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맛있다.


육전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올해는 광주에 야구보러 가면 꼭 육전을 먹어 보고 와야지.

  1. 보통 '천황식당'의 육회비빔밥을 이야기 할 것이다. 단언코 경고하는데 호기심에 한번은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절대 가지말 것. 도대체 이게 왜 그리 유명한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2. 여기는 보통 남강에 있는 장어구이골목(?)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듣자 하니 진주 사람들은 남강에 있는 장어구이집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남강의 장어구이집은 외부에서 온 호구들이 가는 곳이라고.. 아직 진주에서 장어구이는 먹어보지 않았지만 다음에 진주 여행을 오게 되면 꼭 로컬들이 가는 곳을 가 보고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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