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막입

커피가게 feat. 상주

hwangdae 2017. 8. 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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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로 결혼식을 갔다왔다. 지인 없이 혼자 가서 심심했던 결혼식을 마치고 밥 먹고 인사하고 나왔다. 상주에 결혼식 목적도 있었지만 때마침 예천이 바로 근방이라 회룡포를 보고싶은 마음도 컸다. 그래서 결혼식 마치고 곧바로 예천으로 가려고 하다가 커피 한잔 하고싶어서 커피숍을 검색했다.

참석 한 결혼식 관련 포스팅은 아래 링크 클릭

2017/08/14 - [생각기록장/일상] - 결혼식

상주가 말이 '시'급이지 북적거리는 도시는 아닌[각주:1] 것 같다. 그리고 보면 대부분 1차산업에 종사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나는 도시[각주:2][각주:3]라 커피숍 고민을 했었는데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얼추 다 들어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투썸이나 그런데 가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색결과 다들 추천하는 곳이 있었다.

커피가게

가게 이름이다. 커피를 파는 가게. 커피가게. 정말 간단하고 단순하고 명확한 가게 이름이었다. 검색 결과 이 가게에서 커피를 맛보고 싶어서 멀리서 일부러 올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로스터리 커피숍 중에 하나라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다. 2층인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커피향이 진짜 '훅!'하고 콧 속으로 들어온다. 1층은 로스팅하는 장소, 2층은 커피숍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올라가는 계단 벽에 저렇게 그림들이 붙어 있다. 액자에 넣어서 고급지게 해 놓은 것도 아니고 습작처름 슥슥 그린것을 무심하게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 놓지는 않았는데 2층에 도착하면 바로 앞에 출입구가 있다. 그리고 그 출입구에 적혀있는 문구,

미성년자는 부모님 동반 하에 들어와야 한다

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확하게 저런 문구를 적어 놓은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 검색 해 보니 '홍어 드시고 출입은 자재해 주세요(냄새 때문에 다른분들이 싫어합니다)'라는 출입제한 문구가 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손님들이 싫어하는 포인트를 찝어서 적어놓는 것 같다. 요즘 말하는 '맘충'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미성년자들 끼리 와서 하도 떠들고 해서 그렇겠지..?


하지만 저런 문구가 있다 보니 뭔가 '성인용'스러운 생각이 나서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더라. 그리고 문을 살짝 열어 보았는데 보통 '다방'이라고 생각이 될만 한 구조로 자리가 배치가 되어 있어서 더더욱 망설여 지기도 했었다. 나처럼 타지에서 왔거나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일 경우 출입 자체에 망설여지게 되는 점은 아쉬웠다.

성인용스러운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본 가게의 입지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 사진으로 별도 설명 하도록 하겠다.



내가 들어갔던 당시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부족한 상태. 우선 주문을 하고 계산을 마친 후 가게 내부를 구경[각주:4]하고 있었다. 때마침 한 자리가 생겨서 사장님이 테이블 정리를 하고 저쪽에 앉으라고 하셔서 앉았는데 바로 앞 벽에 이러한 장식들이 되어 있었다.

가게 내부의 각종 장식들은 조금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워낙 뭐가 많이 있다 보니 뭘 어찌 구경해야 할지도 햇갈렸고 어디에 집중해서 봐야할지도 모르겠더라. 그리고 굉장히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좁은 가게에 테이블이 빼곡하게 놓여 있고 각종 장식품들이 많이 있다 보니 사람이 겹쳐서 지나가야 할 때는 서로 양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지나가야 하는 정도..? 각종 장식품에 사장님이 욕심을 조금 버리고 가게 내부의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내부 구조였다.


그런데 뭐.. 그것도 나름 멋이라고 하면 멋이고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사람들이 꾸준히 오고 있으니 여태까지 이렇게 장수하는 가게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보니 한번밖에 가 보지 않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도 웃기구만.



자리에 앉아 기다리면서 가게를 한바퀴 슥 둘러 봤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많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눈이 마주치면서 서로 뻘쭘한 상황도 생겼다.

구경을 하고 주방쪽을 보는데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커피에 얼음을 타고 나에게 서빙을 해 주신다. 스타벅스에만 가도 오늘의 커피를 시원하게 달라고 하면 가득 내려 져 있는 커피를 따라서 아이스드로 만들어서 준다. 그러한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써는 사실 주문하고 '왜 이렇게 안갖다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핸드드립으로 내려서 그걸 나에게 서빙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신맛이 강한 커피였다. 그래서 그런지 꿀꺽꿀꺽 넘어가지는 않았고 조금씩 먹게 되더라. 주문을 할 때 커피종류를 고르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특정원두[각주:5]가 아이스에는 맛있다고 하셨을 때 사장님의 내공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가게를 밖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처음에는 가게가 망했나 싶었다. (낮이었지만)간판에 불이 켜져 있지도 않고 셔터도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커피숍이 그렇듯 왁자지껄 씨끌벅적한 소리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차에 앉아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검색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옆에 나 있는 조그만 문이 보였고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저 계단에 한발자국 들어가자 마자 커피향이 코 끝을 스칠 때 '제대로 찾아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침에 1층에서 로스팅을 하고, 당일 판매 할 볶은 원두를 완성 한 다음 문을 닫고, 2층으로 올라가서 장사를 시작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가까이에 보면 가게 오픈 시간이 적혀 있다.

매일 13시 부터 마치는 시간이 적혀있지는 않는데 검색을 해 보면 예전에는 24시까지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고 매주 화요일은 쉬는 날.


내가 위에 가게가 '성인용'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언급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커피가게가 위치하고 있는 포지션이 위 사진과 같아서이다. 찾아보니 소주골목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각주:6] 골목 전체가 술집이다. 그것도 '소주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술집.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와서 가게 사장님이나 종업원과 소주 한잔 하는[각주:7] 그런 느낌의 가게들이 좌우로 가득했다.

소주골목이 먼저 들어섰는지 커피가게가 먼저 들어섰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해당 가게의 포지션은 확실히 타지에서 소문듣고 오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을만한 위치였다.


가게를 둘러보니 사장님이 여기저기 취미가 많으신 것 같았다. 올라가는 계단에 붙어있는 각종 연습실, 실용음악 관련 홍보들을 보거나 가게에서 주기적으로 한다는 음악공연 홍보 등을 보니 사장님 자체가 음악을 좋아하시고 기타를 곧잘 치시는 실력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자세하게 찾아 보지는 못하였지만 커피가게 안에서 제법 많은 공연이 진행 되었던 듯 하다.

그리고 계단과 가게 내부에 붙어 있는 각종 그림들을 보면 사장님이 그림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취미가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 대해서는 진짜 1도 모르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말할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취미를 하면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한다는 것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가게 안에 있던 스크랩 된 기사를 읽어보면 로스팅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폐기처분 한다고 한다. 손님들은 구분을 잘 하지 못할수도 있지만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돈을 벌어야 하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로스팅까지 한 원두를 폐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텐데 고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기사를 보니 해당 가게에서 로스팅한 원두가 세종기지에 납품이 된다고 한다. 세종기지에 납품 된다는 것이 품질을 보증할 수는 없지만서도 뭔가 대단하다.

  1. 광주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다. '광역시'인데 도시 활기는 창원의 그것만 못하다고 느꼈었던 적이 있다. [본문으로]
  2. 면적은 상당히 넓지만 인구가 10만명 조금 넘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상당히 낮다 [본문으로]
  3. 전 시장이 시의 성장 자체를 농헙가치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했고 2차산업은 다른 시장이 추진을 하다가 힘차게 말아먹은 것 같다 [본문으로]
  4. 온갖 수집품(잡동사니)과 신문기사 스크랩, 그림과 사진, 축음기와 같은 음향장비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브라질 뭐였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본문으로]
  6. 진해로 이야기 하자면 동백골목 같은 느낌..? [본문으로]
  7. 어르신들에게 '카페'라고 불리는 그러한 가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가 없고 가게 분위기가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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