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부산으로 워크숍을 갔다. 워크숍을 가기 전 사무실 사람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부산대와 동명대에 출장을 갔고, 출장 마치고 거의 다섯시 다되어 숙소에 도착하는 일정.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짐 풀기도 전에 회의실에 모여서 또 업무 이야기를 하고 나서 방으로 올라 갔고, 한시간 남짓 휴식 하다가 밥 먹고, 앞에 나가서 맥주 한잔 하고 복귀. 1
워크숍은 어찌 보면 업무를 빙자해서 놀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일을 하면서 놀러 가는..? 뭐 어쨌든.. 출장이 그 전에 있었지만 사무실을 벗어 나서 일을 하러 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물론 하루종일 전화에서 (100%는 아니지만)자유로운 것은 정말정말 좋았다. 일정이 금/토라는 것이 제일 아쉬웠..
매우 유익했던 동명대학교의 출장이었다. 마지막 액기스라고 할 수 있는 발표가 남아 있었지만 우리 워크숍 일정 역시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차를 달렸다. 가기 전에 부경대학교에 물건을 전달 해 줄 것이 있어서 부경대학교를 들리러 가면서 광안대교를 건넜다. 운전 중이라 사진을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광안대교, 거가대교, 마창대교와 같은 건축물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이 건축물 들은 도대체 어찌 지었을까.. 바다 한가운데 이렇게 튼튼한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작업이라고 생각 한다. 그 때마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2
역시 이과생들은 월급 많이 줘야 한다
진심.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해서 딱 맞는 자제와 딱 맞는 공법으로 만드는 것 일까나..? 주위에 이과출신 공부 많이 한 형님이 있어서 물어보니 safe factor인가..? 정확하게 단어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도, 딱 안전한 수치보다 조금 더 안전하게 짓는다고 한다. 상대 마인드로 생각할 때 100만큼 견디고, 힘을 버텨야 하는 건축물에 101만큼 견딜수 있게 짓는 것은 낭비라고 하겠지만 '안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꼭 그렇게 딱 맞게 짓지는 않는다고..
어쨌든 지나갈 때 마다 정말 놀라운 광안대교를 지나서 숙소에 도착. 숙소는 부산 해운대 라마다 앙코르 호텔. 4성급 호텔이라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호텔의 첫인상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주차 안내하는 직원이 차를 가로막으면서 한 이야기가 기분에 살짝 나빴던 것.
예약 하셨습니까?
아니 그러면 예약 했으니까 당당하게 주차장으로 들어 오지..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누가 호텔 주차장에 주차비 내면서 주차를 하겠는가? 어차피 도망 못가게 타워주차장으로 안내를 하면서 꼭 물어봐야 했을까 싶다. 내 차가 서민3호라서 '니놈이 올 곳이 아닌데..?'라고 생각을 했을까? 하여튼, 사소한 저 한마디에 기분이 시작부터 팍 상했다.
위에 이야기한 것 처럼 도착하자 마자 회의실에서 일을 하고 나니 시간이 18시가 넘어간다. 벌써 밖에 해는 졌고, 식사 준비가 조금 지연되는 바람에 1시간 정도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다. 방에 올라가서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있는데 창 밖에 상당히 밝아서 내다보니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방에 불을 다 끄고 야경촬영 시작! 3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다. 해운대는 서면이나 남포동 같이 젊음의? 술먹는? 그런 거리가 아니라는 것. 사진을 몇장 찍고 식사시간이 되어 밥을 먹고 사무실 식구들과 나가서 맥주를 한잔 하고자 했다. 그런데 추운날 제법 오래 돌아다녔는데 들어갈만 한 술집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우리 멤버에 어르신들이 몇분 있으셔서 젊은 사람들이 가는 씨끄러운데는 가기가 좀 불편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도 이제 점점 씨끄러운 곳에 가서 북적거리면서 술 마시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조용한 곳을 찾다 보니 마치 우리 손님이 마수인 것 같은 그런 일본식 술집 발견.
간바레 오또상 두어병과 간단한 안주로 한잔 하고, 바로 앞에 있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해운대 바다 한번 보고 숙소로 복귀. 4
둘째날 일어나서 조식을 먹었다. 원래 나는 아침 먹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디 출장을 가거나 해서 조식권이 생기면 어쩐지 '돈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이 날 역시 조식이 마련되어 있어 8~9시 정도에 늦은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의 최고봉은 오믈렛..!! 전날 저녁부터 전체적으로 식사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와서 검색 해 보니 부산 해운대 라마다 앙코르 호텔은 다른건 몰라도 밥은 다들 만족하는 것 같은 후기들이 가득 했다.
밥을 먹고 체크아웃 후 간 곳은 감천 문화마을. 예전에 이만큼 유명해지기 전 멀리 전망대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는 무슨 칠천도 마을인가 팔천도 마을인가.. 무슨 그런 마을이라고 했었는데 같은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통영의 동피랑 마을 같은 느낌? 실제 거주자들이 얼마나 공동체를 이루어서 생활하는지 모르겠지만 마을 안의 많은 카페나 가게들 중 분명 외부인도 있으리라. 아니면 마을이 북적거리기 시작하고 특색있어서 외국인도 많이 오고 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의 부동산업이 흥행하려나..?
그냥 가서 구경하고 즐기고만 오면 참 좋으련만 공부를 상경계열 쪽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지붕에 보이던 장식(?)물들. 개의 머리를 하고 새의 몸을 했으면 '개새'라고 했을텐데 뿔 있는 사람의 머리를 하고 새의 몸을 가지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 건물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마을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같은 모양의 장식물들이 많았다. 감천 문화마을의 시그니쳐 같은 느낌이다.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디 안내 표지판에 설명이 되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렇게 지붕 위에 동일한 콘셉트로 장식물들이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무슨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 된다.
지붕이 아닌 저런 담벼락에도 동일한 장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목적지인 카페를 가다가 본 비둘기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혹시 지붕에 있는 사람 머리에 새 몸통의 장식물들이 비둘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저 날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털옷 입은 비둘기들도 목을 몸 속으로 푹 파묻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아마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사진 찍는 포인트인 것 같다. 앞에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데크를 마련해서 마을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너도 나도 사진을 찍어서 나도 한번 전체적인 모양을 찍어 봤다. 40mm라 광각이라고 하기는 뭣한 화각에 찍어서 시원한 느낌 보다는 답답한 느낌이 많이 나는 사진이다. 잘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내공도, 장비도 부족하기 때문에 이 정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 정말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눈 앞으로 가로지르는 전선들.. 어찌 한번 지워 보려고 포토샵을 열심히 만졌지만 나의 실력이 미천하여 티가 많이 나더라. 그래서 그냥 두기로..
잘 보이지 않지만 옥상의 난간에 자물쇠들이 매달려 있다. 아래 가게에서 자물쇠를 판매하는 것 같은데 흔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자물쇠를 걸고 열쇠를 던져 버리는 그런 장소라고 보면 된다. 커플놈년들이 올라가겠지..
인상 깊었던 것은 옥상을 올라가는 문이 잠겨 있었다. 그냥 올라가 구경하려면 1,000원을 내라고 되어 있었던가..? 자물쇠를 구입 한 사람은 무료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나오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아마 감천 문화마을에서 제일 유명한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진해 안민고개 올라가는 길에도 어린왕자가 있는건가..? 하여튼.. 조그만놈이 겁도 없이 난간에 앉아서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사람들이 옆에 서서 어깨동무도 하고 이런저런 포즈를 잡으면서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저 사진을 찍으려고 추운데 얼마나 기다렸는지..
사람이 없는 모습을 찍고 싶어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순간을 포착하고 카메라를 눈에 갖다 대면 또 누가 어린왕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 기다리기를 몇분. 드디어 찍은 사진. 마음이 급할때 찍어서 그런지 심도표현 말고는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는 사진이다.
목적지인 카페 바로 옆에 새로 칠하는 집. 아마 또 무슨 가게가 들어오려고 준비중인 것 같다. 전에 있던 가게는 얼마나 있다가 나갔을까? 나간 이유는 뭘까? 분명히 처음에는 도심재생사업과 같은 이름으로 시에서 지원도 받고 마을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서 사람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었던 마을이겠지만 분명히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 했을 것이라 생각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마을에는 다른 도시의 그것 처럼 거대 자본이 들어 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 정도라도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카페에서 40mm f2.8의 심도를 테스트 하고 싶어서 찍은 사진 둘. 어두운 실내라 완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단렌즈의 힘..!!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고 점심을 먹으러 출발. 문화마을을 지나서 송도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출발. 물론 케이블카를 타지는 않았고 앞에 설치되어 있는 데크를 따라 산책을 하는 일정. 일명 스카이워크라고 불리는 데크인데 바다에 있는 거북섬과 이어져 있는 산책로였다.
위에 앞서 이야기 했지만 추운 날이었다. 정말 추웠다.. 데크를 걷고 있자니 바람이 미친듯이 부는데 진짜 추웠다.. 와.. 겨울 바다 누가 낭만이 있다고 했나. 그냥 춥다. 개춥다.
해녀는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다. 데크를 따라 바다를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물 위에서 뭐가 자꾸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보니 사람. '해녀'라는 명사를 제주에서 물질 하는 여자에게만 사용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가 봐도 해녀. 같이 간 사람들은 날도 추운데 정말 춥겠다라고 걱정을 하지만도.. 칼바람을 맞으며 이 데크를 걷고 있는 우리가 더 추울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바닷 물이지만)물 속은 0도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으니까..?
어쨌든 추운 날 고생하시는 어머니들 화이팅!
데크 끝까지 가서 전망대로 가면 보이는 등대와 전경. 앞에 갈매기들이 정말 많이 있었고 어떤 아저씨 한분이 갈매기 먹이 a.k.a 새우깡을 던져주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좋다고 와서 달라들고 먹이를 먹는데 진짜 눈 앞에까지 날아와서 과자를 낚아챘다. 그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새우깡이 다 떨어져 갈 무렵이 되어서야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냈지만 실패.. 다음에 좀 덜 추울 때 오게 되면 한번 노려봐야겠다.
끊어진 두 개의 데크가 이어지는 바다 가운데 있는 돌 섬을 '거북섬'이라고 부른다. 안내판이 있어서 가만히 읽어보니 아마 거북이들이 알을 낳으러 올라오는 섬인 것 같다. 거북이는 모래에 알을 낳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곳에 어느 거북이가 알을 낳을까 싶다.
걷다 보면 바다 가운데 고래 모양의 조각이 있고, 송도 해상 점프대(?)라고 해서 다이빙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겨울이고 물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물이 상당히 깨끗하고 정말 좋았는데.. 여름이 되고 나면 사람도 많이 찾아오고 저 해변도 파라솔로 북적거리겠지..? 확실히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 예쁘다. 예쁜 겨울 바다를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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