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록장/막눈

국가부도의 날

hwangdae 2018. 12. 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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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은 Movie Day라고 하겠다. 영화 두편을 내리 봤다. 두편 중 처음 본 영화[각주:1]가 국가부도의 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1.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는 했지만 실화는 아니라는 것. 작가가 인터뷰 한 영상을 보면 'IMF 당시 비공개 회의체가 있었다는 기사를 봤다.'라는 말을 한다. 그 기사 하나만 사실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상상이라는 것.

2.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실제 인물과 겹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물론 이 영화를 일부러라도 보지 않겠지만 불편하겠지.. 개새끼야.

3. 상경계열 공부를 하는 학생들, 행정/사회학 계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물론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봤으면 좋겠다. 본인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생각들을 기초로 탄탄하게 깔아 놓고 영화를 잘 본다면 한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또래의 사람들과 내 또래의 자식을 가진 부모님 세대들은 감히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간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나라가 '부도'가 난 사건. 그 당시에는 저녁에 뉴스만 나면 어떤 어떤 유명 그룹이 부도났다. 최종 부도처리 되었다와 같은 멘트들이 뉴스 앵커들의 입에서 한시간에 너댓번은 나오는 그런 암담한 시기였다. 1997년 당시 나는 중학교 2학년. 지금 생각 해 보면 천지도 모르고 철 없던 시절이다.


영화는 세개의 트랙으로 진행이 된다. 각각 다른 별개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 전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강풀의 만화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전개라고 할 수 있겠다. 각각 인물이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를 진행 하는데 어쨌든 마지막에 보면 서로 관계가 있는.. 전체적으로 김혜수와 조우진의 이야기, 유아인의 이야기, 허준호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지만 마지막에는 각각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서로의 이야기 속에 조금씩은 포함이 되는 전개를 보여준다. 중간에 조금씩 떡밥이 나와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김이 새기는 하겠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색채가 어둡고 생기가 없다. 아마 97년 당시의 분위기를 색으로 살려보려고 한 연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라섹을 한 이후로 어두운 곳에 가면 뭐랄까.. 앞이 잘 보이기는 하는데 잘 안보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안경점에 가서 실내용, 영화용 안경을 하나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는 좀 보기가 힘든 정도라.. 여튼, 전체적으로 색감을 의도적으로 뺀 듯한 회색이나, 색 온도가 낮은 푸른 느낌이 많이 드는데 그 당시의 암울한 현실이 잘 반영되는 것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 모두 어마어마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혜수누나는 진짜.. 유아인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유아인을 생각하면 조태오가 떠올랐는데 이제는 윤정학이 떠오를 것 같다. 투자자들 모아놓고 설명 하는 자리에서는 조금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요 썰고, 요 썰고'로 기억을 많이 하는 조우진은 역대급을 보여준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허준호는 없어도 되는 케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IMF위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는 소시민[각주:2] 역할을 잘 한 것 같다. 영화 배경의 특성상 정의구현과 신파로 발라버릴 수도 있지만 매우 절제하는 모습이 보여 만족스러웠다. 허준호를 조금 더 부각 했다면 신파로 떡칠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한발 떨어져서 담담하게 보여준다. 한 케릭터가 우는 장면에서 '아.. 신파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연출이 좋았다. 그리고 그 당시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국민들의 노력을 부각시키면서 국뽕도 솔찮이 넣을 수 있었겠지만 역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유아인이 연기 한 윤정학이 진짜 나쁜놈으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 이전에 연기 했던 조태오는 진짜 나쁜놈이 맞는데 이번 영화의 윤정학은 글쎄.. 다들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 비판적으로 현실을 인지 한 인물이다. 그리고 본인이 가진 생각과 생각을 근거로 과감하게 행동으로 추진 한 인물이다. 특정 인물에게 피해를 준.. 케릭터는 아니라고 보는데.. 마인드가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아 들이기 힘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은데 한발 떨어져서 살펴보면 악역이라 이야기 하기는 조금 애매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는 다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고, 아이디어로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행동을 하면 실패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성공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 할 가능성이 없다. 예전에 회의 중 총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는데,


노력 해서 안되는 일은 있어도, 노력 안하고 되는 일은 없다.


영화 끝나고 나서 생각 해 보니 참 입맛이 쓰다. 1997년 그 당시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국민들이 수입품을 좋아하고 과소비를 한 것이 큰 이유라는 듯한 뉴스를 많이 보도 했었다. 물론 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각주:3]만.. 그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을 해서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채를 갚는데 적지 않게 도움을 줬다. 조금 검색을 해 보면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서 모아져서 수출 된 금이 한국의 외환보유고 총액[각주:4]보다 많으며 IMF에서 빌린 돈의 10%정도에 해당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그 때와 비슷한 위기가 우리나라에 다시 찾아온다면 그때 처럼 사람들이 할 수 있을까?

사실 상식적으로 봐도 본인이 보유한 자산에 유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오면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매각하고 유동성이 적은 자산을 구입해서 방어 하는게 상식적이다. 여기서 유동성이 적은 자산이라고 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이지 않은가? 이렇게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유동성이 적은 자산을 국가에 바쳤다[각주:5]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소위 '종특'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이 큰 역할을 한 사건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비슷한 위기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국민들이 국가를 위해서 이렇게 희생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생각이 나는 이슈들이 몇개 되지 않지만 경제적인 사이클은 대략 10년을 주기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1997년 IMF위기로 온 나라가 힘 들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왔다.(주택담보대출이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IMF때 어음이 부도 난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

2018년은 아직 뭐라고 딱히 정해진 용어는 없지만 다들 참 힘들다고들 한다.


경제는 어렵다. 단순이 한 이유로 경기가 좋아지고, 나빠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복잡한 변수들이 막 생기고, 모든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작용 하면 경제가 흘러가는 방향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지식이 일천한 나로써 이런저런 판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될 놈은 된다는 것. 경제가 어려워도 살아 갈 방법을 찾는 놈은 찾고, 경제가 좋아도 죽을 놈은 죽더라. 어쨌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2002년 새내기로 입학 했을 때 경제학과에 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 난다.


경제학 와 배우노? 부자가 되고 싶어서? 내 봐라. 경제학 배운다고 다 부자 되는거 아이다.


실물경제의 성장이 없이 숫자로만 이루어지는 금융시장의 낙관적인 성장은 사실 매우 위험하다는 교훈이 있는데 계속해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어설프게 경제 이야기 하는 것은 우습고, 영화 포스팅이니 이 정도만 하자.

이하는 스포일러이니 볼 사람만 봐.


  1. 다른 하나는 '완벽한 타인' [본문으로]
  2.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인데 소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본문으로]
  3. 진짜? ㅋ 교과서에 IMF의 원인 중 하나가 국민들의 과소비라고 적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웃긴다 [본문으로]
  4. 1997년 11월 기준 [본문으로]
  5. 이 표현이 조금 강할수는 있겠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 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강한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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